신속한 정부 지원만이 의료전달체계 붕괴 막을 수 있어
4대 보험료·공공요금 납부 감면, 종소세 납부 6개월 연기해야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한 동네의원의 내원환자 감소, 매출액 감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2월, 3월로 갈수록 환자 수 감소는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으며 4월에 들어서는 코로나19환자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원 환자 수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 동네의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4월 10일부터 21일까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큰 대구·경북지역과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광주·전남 4개 지역의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한의사협회의 긴급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동안 시간이 가면 갈수록 피해가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조사에는 대구광역시의사회·경상북도의사회·광주광역시의사회·전라남도의사회에서 총 423개소의 의원급 의료기관이 참여, 이 중 352개소의 유효응답기관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분석 대상 의료기관 중 272개소는 1분기 중 휴업없이 진료했으며, 80개소는 0.5일에서 14일까지 휴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1분기 중 휴업없이 진료한 272개소의 조사내용을 살펴보면 내원환자 수는 2월 -16.8%, 3월 -34.4%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은 3월 들어 무려 -40.9% 감소했으며,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한 일부 과는 더욱 심한 환자 수 감소를 겪었다.
월평균 매출액 또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2월 -10.2%, 3월 -35.1%로 급감했으며, 대구·경북지역의 3월 매출액 감소는 무려 -43.8%나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뿐만 아니라 추가비용도 상당하다. 휴업을 하지 않은 272개소의 기관당 추가비용은 평균 186만원 정도로 나타났는데 '대진의사 및 간호사 고용비용'이 평균 583만원, '의사 및 간호사 자가격리로 인한 유급휴가 비용'이 평균 423만원, 이어서 의료기관 방역·마스크 및 손세정제 구매 순으로 비용이 발생했다.
1분기 중 휴업한 80개소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의료기관의 외래환자 수는 2월 -18.5%, 3월 -44.0%로 휴업을 하지 않은 기관에 비해 더욱 크게 감소했으며, 평균 매출액도 2월 -14.0%, 3월 -44.2%로 대폭 감소했다. 기관당 발생한 추가비용도 평균 329만원으로 미휴업 기관의 1.7배가 넘는 비용이 소요됐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경제적인 손실에만 그치지 않는다. 코로나19 이후 해당 의원급 의료기관의 지역사회 내 의료기관 평판이 하락했으며(10점 만점에 5.4), 의료진 감염 우려, 내원 환자 및 매출 감소에 의한 경영 압박, 지역 내 평판 하락 등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 수준도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10점 만점에 8.3).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인 피해뿐 아니라 동네의원 원장이 느끼는 심리적인 압박감도 상당한 정도임을 보여준다.
이뿐 아니라 의료진 가족 구성원의 20.5%가 직장에서 기피 대상취급을 받거나, 자녀들이 학교 또는 학원에서의 기피 대상(11.8%)이 되는 등 이차적인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코로나19에 앞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시행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비 비중은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에 비해 해마다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기본검사 수가는 해마다 낮아지고 있으며, 진찰료 인상률은 최저임금 인상률에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이다.
그러한 가운데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급격한 내원 환자 및 매출 감소는 가뜩이나 어려운 동네의원들에 심각한 어려움을 주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감염을 우려한 환자의 감소 속에서도 동네의원들은 지역주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사명감 하나로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진료했다. 고혈압·당뇨를 비롯한 각종 만성질환 및 퇴행성 질환부터 감기까지 지역사회에서 일차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함으로써 공공의료기관들이 감염병 관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대구·경북 지역 개원의들은 자신이 운영하는 동네의원에서 진료를 마친 후 코로나19 환자 검체검사를 위한 선별진료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등 코로나19의 지역 확산을 막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이처럼 코로나19와의 전쟁 일선에서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동네의원들이 지금 심각한 경영난에 몰려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의 동네의원들은 직원 감축을 포함한 긴축 경영에 들어갔으며 이조차 여의치 않는 의원들은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소아청소년과의원은 18곳이 폐업, 2019년 10곳의 1.8배에 달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한 폐업 쓰나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경제문제가 심각해지자 4차례 비상경제회의를 개최해 각종 지원책을 발표했다. 지난 3월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회의 1차 회의에서 50조원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발표했으며, 3월 24일 2차 회의에서는 지원 규모를 100조원으로 늘렸다. 지난 3월 30일 3차 회의에선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한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4인 가구 기준)을 지급키로 했으며, 4월 8일 4차 회의에선 수출 기업을 위한 36조 원 규모의 무역금융 공급안을 발표했다. 이러한 모든 조치는 기업의 흑자도산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일반 국민과 일반 기업에 대한 지원도 이 정도인데 1차의료의 근간이자 코로나19 전쟁의 든든한 방패인 동네의원을 비롯한 의료기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너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여파로 환자가 감소한 의료기관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최근 '의료기관 긴급지원자금' 4,000억원(2020년 추경편성)을 긴급 지원키로 하고 시중은행을 통해 2.15%의 금리로 대출해 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대출 심사 과정에서 금융권은 통상적인 대출 심사기준을 적용, 기존 대출이 있거나 담보력이 없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 발급을 요구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금리가 1% 정도 올랐다. 대출을 거부한 곳도 상당수라고 하니 그나마 대출을 받은 경우는 다행인 셈이다.
실제 4,000억원의 추경예산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기관의 어려움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의료비는 지난 2018년 8%대가 됐다. 보건의료산업이 국내총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에서 지원하는 금액도 거기에 상응하는 8조원은 돼야 하는 것 아닌가?
매출 감소만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심각한 운영난 속에도 동네의원의 부담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매년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인해 크게 오르고 있는 인건비에다 4대 보험료·임대료·전기요금·수도요금 등 각종 관리운영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오는 5월 말 납부예정인 개인 종합소득세를 생각하면 더 이상 추가 차입이 어려운 동네의원 원장들은 벌써부터 한숨만 나온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어쩌면 올가을 다시 불어 닥칠 수도 있는 코로나19 2차 대유행을 막기 위한 첨병 역할을 해야 하며, 공공의료기관이 감염병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국민보건 및 건강관리를 위한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처럼 소극적 대응으로 인해 1차 의료기관이 줄도산하면 앞으로 닥칠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정부는 동네의원의 폐업 쓰나미를 막아 의료전달체계의 근간을 보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1차 지원금 보다 더 많은 추가 지원 자금을 조속히 투입해 동네의원을 비롯한 의료기관들의 운영에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4대 보험료 납부도 한시적으로 감면하고, 오는 5월 말로 예정된 종합소득세 납부를 6개월 이상 연기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의 선지급대상에서 메디칼론을 사용하고 있는 병·의원들을 배제하고 있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 외에 각종 공공요금의 감면 등 동네의원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지원책들을 즉시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