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개가 살다
개가 살다
  • 김응수 대표원장(365웃는세상의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5.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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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살다

삼 교시 일반외과 끝날 무렵
옆동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몽둥이를 피해 "캐갱캥-"
몇 마리가 가파르게 골목을 질주하거나 간혹
문틈에 끼여 허우적대는 소리가 들리고
십이지장 둘째 부위를 강의하던 노老 교수가
손수건을 꺼내 멈칫거릴때
달아맨 똥개의 비릿한 신음소리
이어 사내들의 환호성이 낮술처럼 올랐다
얼마 후 창밖에선
달동네 언저리에 걸린 궁핍만한 솥 주변에
라면집 아저씨가 소주 한 병을 들고 아랫도리를 비볐다
불현듯 열대성 더위가 하초를 휩쓸고
씹고 있던 껌이 물컹했다
피부과 전임은 오지 않는데
음산하게 코를 찌르는 껍데기 태우는 냄새
온통 새까맣게 그을린 개
재수 없는 한 놈이 떠나는 순간 나머지는
제 살갗의 흠집을 핥으며 어떤 모습으로
간절한 살아있음을 느낄까
정오가 되어 의대 뒷문을 여니
외다리로 전봇대에 엉킨 삶의 중심의 잡는 메리
"라면집 개는 용케도 살았구나"
우리를 보자 주저하다 곧 꼬리를 마는 개
"저놈 좀 봐"
오전의 생존의 치열했음을 보이듯
한쪽을 절룩이며 걷는 개
그래도 개선한 양 천천히, 때로
느긋하게 걸어가는 라면집 똥개

김응수
김응수

 

 

 

 

 

 

 

 

 

▶ 365웃는세상의원 대표원장 / 1983년 <시와시학> 등단 / 시집 <낡은 전동타자기에 대한 기억>  저서<흉부외과 의사는 고독한 예술가다><나는 자랑스런 흉부외과의사다><의학의 달인이랑 식사하실래요?>1권, 2권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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