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급여소위원회, 브리비액트 기존 방식 적용
비급여 7년 후 철수한 '빔팻' 전철 밟을까 우려
신약에 대한 급여 적정성은 인정했다. 다만 특허만료 등으로 약가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기존 치료제의 가중평균 약가를 제약사가 받아들여야 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뇌전증 치료제 분야의 해법이 필요해 보인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소위원회는 한국유씨비제약의 3세대 뇌전증 치료제 브리비액트(성분명 브리바라세탐)에 대한 급여 적정성을 인정하며 급여기준은 기존 방식의 허가사항에 따라야 한다고 결정했다.
현재 국내 뇌전증 치료제 허가는 치료순서를 구분하지 않는다. 급여기준 또한 후속치료를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현재 나와 있는 10여종의 성분을 묶어 일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기준에서 신약이 급여권에 진입하려면 기존 치료제 수준으로 약가를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뇌전증 등 신경계 질환은 발생 원인과 작용기전이 다양해 기존 치료제와의 직접 비교 임상을 통한 우월성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씨비제약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뇌전증 치료제 '빔팻(성분명 라코사미드)'의 경우 약가 문제로 급여권에 진입하지 못해 철수한 바 있다.
빔팻은 2010년 국내 허가를 획득하고 2011년 말 정식 출시했다. 하지만 급여 약가에서 정부와 간극을 좁히지 못하며 7년간 비급여로 처방됐다.
이후 특허만료로 제네릭이 쏟아졌다. 낮은 가격으로 급여권에 진입한 제네릭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2018년 5월 유씨비제약은 빔팻의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한다.
비급여 판매 당시 50mg 1정 기준 빔팻의 약가는 2000원가량으로 퍼스트제네릭으로 볼 수 있는 SK케미칼의 빔스크의 출시 당시 보험상한가 435원과 차이가 컸다. 추가약가 인하로 현재 빔스크 50mg의 보험상한가는 232원이다.
현재로서는 브리비액트가 빔팻의 전례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기존 방식으로 브리비액트의 가중평균가를 계산하면 50mg 기준 1일 2회 2000원 수준이 나온다. 유씨비제약 측은 "브리비액트를 출시한 전세계 최저가가 1일 2정 3500원 수준"이라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번 소위원회의 결정이 아쉬운 점은 유씨비제약이 5개 이상의 뇌전증 치료제를 사용하고도 발작을 보이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속치료로서 급여권 진입을 모색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기존 치료제를 1차 치료제로 5종까지 쓰고 이후에도 재발한 환자에게 브리비액트를 2차 치료제로 쓰는 급여기준을 제안했던 것.
유씨비제약은 5개 이상의 뇌전증 치료제를 쓰고도 재발한 환자에게 브리비액트의 효과를 확인한 통합 임상 하위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유씨비제약 관계자는 "전체 임상 참여 환자 중 항경련제 5개 이상을 사용한 환자군을 분석한 결과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확인했다. 부분발작 횟수 감소율이 위약군 대비 18.1%, 50% 반응률은 위약군 13%, 브리비액트군 30%로 나타났다"며 "발작 소실율 또한 위약군에서 0%, 브리비액트군 5.7%로 풀데이터의 결과와 유사했다"고 설명했다.
국제뇌전증연맹(ILAE)는 여러종의 뇌전증 치료제 사용 경험이 있는 환자일수록 발작 소실율이 떨어진다는 코호트 연구를 바탕으로 2010년 약물 난치성 단계를 GRADE 1:2개의 항뇌전증제 실패, GRADE2:3∼5개의 항뇌전증제 실패, GRADE3:6개 이상의 항뇌전증제 실패로 구분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다만 소위원회는 이같은 권고사항이 브리바라세탐에 적용된 내용이 아니며 이에 대한 효과를 인정할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항암제가 아닌 일반약제에 차수별 급여를 적용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다.
현재 5개 이상의 뇌전증 치료제로 실패한 환자의 뚜렷한 옵션은 없다. 빔팻의 전례처럼 환자들이 뇌전증 신약을 급여권에서 처방받으려면 특허만료를 기다려야 할 수 있다. 브리비액트의 특허만료까지는 6년 남아있다.
최근 기자들과 만난 신원철 경희의대 교수(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는 "새로운 세대의 뇌전증 치료제는 효과도 효과지만 부작용 측면에서 안전성이 매우 좋아졌다"며 "뇌전증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브리비액트가 난치성 환자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