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나무는 안다
귀향을 꿈꾸는 사람은
꿈에서도 나무 냄새를 맡는다
오래된 집 담장 너머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그를 본다
가지마다 옹이를 새겨
속을 가두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겹 한겹 손금을 지워가며
껍질을 키운
아무도 모를 것 같은 공간에서도
좀 더 멀리 볼 수 있게
좀 더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게
굳은 발 디디며
마른 가지 위에 푸른 잎 몇 개 피워내고는
항상 자리를 지켜
흔들리며 사는 사람들의 나침판도 같은
앨범 속에는
아직도 오랜 나무 냄새가 난다
▶ 나라정신건강의학과의원장/2010년 <시현실> 신인상 등단/시집 <엉겅퀴마을> 대전작가회의 회원.<큰시>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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