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구 의료법 제17조 1항 위반 이유 원장에게 1개월 면허 자격정지 처분
법원 "대진의사 관리 소홀 있지만, 원장 명의 사용 인식·용인 보기 어렵다" 판단
대진의사가 자신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발행하지 않고 자신을 고용한 원장 이름으로 처방전을 작성·교부했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가 해당 원장에게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최근 나왔다.
의료기관 원장이 청구프로그램 내지 대진의사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분을 내리는 것은 잘못됐다는 판단이다.
A의원을 운영하는 B원장은 구정 연휴 기간 중인 2015년 2월 22일 휴가를 사용했고, 간호사를 통해 구인 광고를 해 알게 된 C의사가 대신해 진료를 보도록 했다.
B원장은 2월 22일 출근하지 않았고, A의원 부원장인 D의사와 대진을 한 C의사가 근무하면서 환자를 진찰하고 처방전을 발행했다.
당시 C, D의사가 작성해 환자들에게 교부한 처방전에는 '처방의료인 성명'이 B원장으로 기재돼 있었다.
A의원은 'OO프로그램'을 사용해 처방전을 발행하는데, 기존 아이디를 이용해 로그인하면 로그인한 의사의 명의로 된 처방전을 발행할 수 있다. 평소 A의원의 간호사들이 'OO프로그램'의 로그인을 해 두거나 의사들이 직접 로그인을 한다.
아이디가 없으면 기존 아이디로 로그인된 상태에서 컴퓨터 바탕화면에 있는 '병원정보설정'의 '사용자정보'에서 사용할 신규 ID, 이름, 주민등록번호, 면허번호를 입력한 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C, D의사는 자신의 명의로 처방전을 발행하지 않고, B원장 이름으로 처방전을 발행했다.
보건복지부는 B원장은 2015년 2월 22일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았음에도 B원장 명의의 처방전이 작성·교부돼 처분 사유가 명백히 존재한다는 이유로 B원장에게 1개월(2017년 2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했다.
구 의료법(제17조)의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아니면 진단서·검안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 또는 검시를 하는 지방검찰청 검사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어겼다는 것.
또 B원장은 A의원 운영에 대해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으로 처방전 발행 명의에 관해 관리를 소홀히 했으므로,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행정 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며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B원장과 C, D의사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B원장은 C, D의사에게 자신의 명의로 처방전을 발행하라고 지시했다고 보기 어렵고, 대진의사 명의로 처방전을 발행해 얻는 경제적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받았다.
C, D의사도 고의로 B원장 명의의 처방전을 발행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받았다.
B원장은 검찰에서도 혐의없음 처분을 받자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B원장의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B원장은 억울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B원장은 "대진의사에게 B원장 명의로 처방전을 발급할 것을 지시하거나 알면서도 묵인한 사실이 없고,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을 만한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C, D의사 모두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받았고, 이 사건 처분으로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진료를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은 물론 면허취소의 위험을 안게 되어 피해가 크다"고 강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B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서울행정법원은 "C, D의사가 B원장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발행했지만, B원장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름이 기재돼 처방전이 작성·교부된 경우 구 의료법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B원장이 A의원 운영자로서 관리 소홀의 부주의가 있을 수 있으나 처방전에 B원장 명의가 사용된다는 인식을 하거나 이를 용인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의료법 위반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 "보건복지부는 C의사가 자신의 명의로 처방전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했음에도 B원장이 등록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C의사 스스로 'OO프로그램'에 접속해 자신의 이름으로 바꿀 수 있었던 점, C의사 이전에도 다른 대진의사들이 대진의 명의로 처방전을 발급한 점 등을 고려하면 B원장이 자신의 명의로 처방전을 발급하는 것을 용인하거나 묵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B원장은 'OO프로그램' 내지 대진의사의 관리를 소홀하게 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 명의로 처방전을 작성·교부한 의사가 아닌 B원장에게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을 위반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보건복지부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보건복지부는 1심판결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으나, 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