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 승격, 효과 얻으려면? '독립성' 확보가 관건!

질병관리'청' 승격, 효과 얻으려면? '독립성' 확보가 관건!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6.0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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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성 위한, 질병관리'처'제안도…전문가 "인사권·예산권 포함 독립성 확보돼야"
"국립보건연구원, 복지부에 둬선 안 돼"…이낙연 의원 '해괴망측한 시도' 발언 '눈길'

ⓒ의협신문 홍완기
ⓒ의협신문 홍완기

대통령의 개편 방안 '전면 재검토'지시까지 나오며 '핫'한 주목을 받고 있는 '질병관리청 승격'과 관련, 강력·효율적인 질병 예방 관리기관으로 탄생하기 위해서는 전문성·독립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독립성 확보를 위한 '질병관리처' 제안도 나왔다.

지난 1일, 1호 법안으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9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질병관리청, 바람직한 개편방안은?'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 산하에 둔다는 개편안에 대해선 '반대'의견에 힘이 실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이를 두고 '해괴망측한 시도'였다고 평가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질병관리청 승격'이라는 큰 줄기에는 대부분 환영 입장을 보였지만, 정부가 3일 발표한 질병관리본부·보건복지부 조직개편 방안의 '세부 구조'는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특히, 5일 '질병관리청 승격, 제대로 해주셔야 합니다'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직접 게재, 해당 문제를 공론화했던 이재갑 한림의대 교수(감염내과)는 이날 개최된 토론회 발제자로도 나섰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보건복지부 소속기관인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고, 보건복지부에 복수차관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의 보건복지부 이관도 다루고 있다.

이재갑 한림의대 교수(감염내과) ⓒ의협신문
이재갑 한림의대 교수(감염내과) ⓒ의협신문

이재갑 교수는 먼저, 신설되는 국립감염병연구소가 보건복지부 산하로 가는 것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현재 질병관리본부의 기능과 연관된 연구를 중심으로 매칭해 업무를 추진 중이다.

이재갑 교수는 "신설되는 국립감염병연구소까지 보건복지부 산하로 가게 되면 질병관리본부내에 새로운 연구조직을 구성해야 한다"며 "이는 중복의 소지가 생길 뿐 아니라 질병관리본부의 연구기능이 명목상의 작은 조직이 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한다 할지라도 국립감염병연구소는 반드시 질병관리청 산하에 둬야 한다"며 "국립보건연구원은 질병관리청의 역할 수행을 위한 기초 R&D의 산실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함께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 역시 국립보건연구원 이관(안)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을 옮기고, 인원과 예산을 줄이려고 하는 해괴망측한 시도가 있었다"며 "한림대 이재갑 교수가 눈물로 호소해 대통령이 감수성 있게 대처하고 이상한 길로 빠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감염병이 자주 오고, 빨리 오고, 급속도로 확산되는 시대다. 질병관리본부의 격상과 확대는 피할 수 없다"면서 "때문에 이번 토론회를 통해 바람직한 조직개편 관련, 해결방안이 나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교수는 이외 현재 제시된 행안부(안)의 문제점을 분석, 감염내과전문가로서의 바람직한 개편 방안을 제안했다.

질병정책연구원 설립과 관련 "공중보건과 관련된 정책, 의료관련감염 정책의 개발, 만성병 정책 개발, 감염병 위기 상황 대비와 분석·예측 등 질병의 예방과 관리를 위한 광범위한 정책 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외부에 위탁했던 많은 연구들을 직접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복수차관제와 관련해서는 "보건기능을 관리할 제2차관의 신설은 보건기능의 강화를 이룰 수는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질병관리청장(차관급)과의 갈등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안)에서 질병관리청의 예산권·인사권에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감염병·만성병 정책과 관련, 질병관리청으로 이관한다는 언급이 없는 점을 짚으며 "정책과 예산은 무관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의 구조는 예산권의 독립성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면서 "보건복지부 보건정책기능 중 감염병정책기능을 강화하거나 감염병 정책기능을 질병관리본부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질병관리청장과 복지부 2차관(보건차관) 역할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예산과 인사권 독립은 필요하며 질병관리청 자체 인력이 성장할 때까지 일부 국과장은 경력직으로 선발하고, 2~3년의 개방형 직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질병관리청 위상 확립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짚었다.

이재갑 교수는 "질병관리청의 독립은 형식의 문제가 아니라 거버넌스, 연구, 지방행 정조직을 아우르는 정책과 시행, 연구와 관련된 광범위한 문제"라며 "인사권과 예산권의 진정한 독립을 위해서는 과감한 정책 기능의 이양이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대응을 통해 감염병 대응에 있어서, 강화된 질병관리청의 필요성이 확인된 만큼 강력하고 효율적인 기관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선 질병관리'처'로의 승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기석 한림의대 교수(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는 "신설기관의 독립성·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질병관리'청'이 아닌 질병관리'처'로의 승격이 필요하다. 국무총리실 산하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기석 교수는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가 시행될 경우, 결국 2차관이 질병관리청에 개입을 하게 돼 있다고 본다"며 "이 경우 질병관리청이 소신 있게 일할 수 없다. 그럴 바엔 차라리 지금의 질병관리본부로 운영하는 게 더 낫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조직에 몸담은 경험으로 봤을 때, 보건복지부에는 2차관이 필요하다. 보건의료조직이 너무 약하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2차관이 질병관리청장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컨트롤타워의 문제가 생기면, 일을 두 번,세번씩 하게 된다"며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청보다는 처가 더 권고되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토론회를 주최한 신현영 의원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학계 전문가 및 정부 관계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진정 국민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질병관리청의 모습이 그려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런 의미를 담아 오늘 '청'자켓과 '청'바지를 입고 왔다"면서 "국민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새로이 승격되는 질병관리청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독립적인 권한을 통해 감염병을 포함한 질병의 연구, 예방 및 대응·관리의 명실공히 컨트롤타워로서 자리매김하길 바라고 있다"고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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