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비판 성명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마련되지 않은 시범사업, 결사반대!"
안면신경 마비, 진단·치료 복잡…단순 첩약 치료, 졸속적 발상 '우려'
임상 및 연구를 통해 통계 및 과학적으로 첩약의 효력이 입증되었는가?
만약 효력이 있다면 그 첩약의 안전함이 입증되었는가?
안전함이 입증되었다면, 향후 지속적인 감시 시스템이 있는가?
첩약에 사용되는 재료들은 성분이 정량화되어 있는가?
첩약 성분 간의 교차 안정성은 입증되었는가?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17일 성명을 통해 정부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에 대해, 최소한의 검증도 이뤄지지 않은 '졸속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위와 같은 질문들을 쏟아냈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너무나도 당연히 검토돼야 할 사항들이다. 이를 무시한 채로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될 첩약 급여화 사업을 강행한다면, 건강보험 재정의 주체이자 대주주인 국민들에게는 '내 돈 내고 참여하는 인체실험' 이 되어버릴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부는 앞서 의학단체와 전문가들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 연간 500억 원가량의 정부 예산을 투입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강행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특히, 시범사업에서 지정한 3가지 질환 중 '말초성 안면신경마비'가 꼽혔음을 짚으며 "이는 급성이든 만성이든 다양한 원인 질병에 의해 발생한 결과적 '증상'일 뿐이다. 진단명 자체가 질병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안면신경 마비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주로 안면신경의 감염, 외상, 종양 등에 의해서 발생한다"며 "시진, 촉진, 병력 청취는 물론이고 청력검사, 전정 기능검사, CT 또는 MRI 등의 영상 검사, 안면신경에 대한 전기적 검사 등이 시행되며 검사 결과에 따라 원인이 진단되고 종합적인 판단에 의해 치료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상포진 바이러스 등에 의한 감염이 원인일 경우 항바이러스 약제로 치료해야 한다. 중이염이 원인일 경우 항생제 치료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외상에 의한 경우 약물치료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고, 청신경이나 이하선 등에 발생한 종양의 경우 종양에 대한 악성 여부 판단이 선행된 뒤 수술적 치료 등을 고려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진단 자체가 복잡하고, 치료도 다양한 질환에 대해 정확한 의학적 검토 없이 단순히 첩약으로 치료를 시도해보겠다는 발상 자체에 의학적인 의구심이 든다"며 "제도가 강행될 경우 국민건강의 심각한 저해와 혈세 낭비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최근 발사르탄 제재의 혈압약, 라니티딘 제재의 위장약 등에서 발암 추정 물질이 검출되어 문제가 된 사건을 짚으며 "이미 안전성이 보장되어 보험등재 된 약물도 지속적인 약물감시체제하에서는 퇴출당하기도 한다. 의학적으로 입증된 진단 및 치료 역시 지속적인 감시를 통한 안전성 검토가 필수적이며, 실제로 안전하다고 알려진 약물 역시 이러한 감시 시스템을 통해 교정이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현대의학에서 추구하는 것은 철저한 근거중심 의학이다. 수많은 임상 및 연구를 통해 통계적으로 입증된 방식의 진단 및 치료가 현대의학의 근간"이라면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준비되지 않은 채 국민건강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추진에 대해 결사코 반대한다"고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