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소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최신 항암제에 대한 치료 접근성 향상은 모든 암종에서 발생하는 이슈다. 유병률이 높은 암종의 경우 국민적 관심을 받는 경우도 있다.
희귀 암종의 경우는 어떨까. 환자가 적다 보니 사회적 관심은 떨어지고 정부의 정책에서도 우선 논의 대상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있다. 제약사도 치료제 개발 연구에서 환자 수가 적은 암종에 투자하는 것은 부담이 있다. 메르켈세포암(Merkel cell carcinoma)은 대표적인 희귀암이다.
70세 이상에서 주로 발생하는 메르켈세포암은 아직 국내 통계도 마련되지 않을 만큼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고 환자 수가 적다. 하지만 전이성 메르켈세포암의 경우 5년 생존률이 20%에 미치지 못하고 평균 생존기간은 6개월에 불과하다.
최근 메르켈세포암 분야에 면역항암제가 허가를 획득한 것은 이 분야의 희소식이다. <의협신문>은 김미소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를 만나 메르켈세포암에 대해 들어봤다.
Q. 메르켈세포암은 다소 생소한 암종이다. 어떤 질환인가?
- 메르켈세포암은 피부의 진피표피 경계에 위치하는 메르켈세포에서 발생하는 희귀하고 공격적인 질병이다. 메르켈세포암의 위험인자는 자외선 노출과 면역억제의 사용 (장기이식환자) 혹은 면역억제를 유발하는 질환(림프증식성질환, HIV 감염 등)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환자 중 90%는 50세 이상의 고령으로 확인되는 만큼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메르켈세포암 환자 중 5~12% 안팎이 전이성 메르켈세포암종을 진단받는 것으로 추정되며, 전이성 메켈세포암종 환자들 중 5년 이상 생존하는 환자들은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우 공격적인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Q. 국내 메르켈세포암 유병률은 어떤가?
- 현재 국내에서 정확한 메르켈세포암 환자 수가 집계된 적은 없으나, 2019년도 통계청 발표자료에 따르면 최근 8년간 피부암 환자가 2배 이상 증가하며 전체 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매우 드물긴 하지만, 국내에서도 고령화와 함께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Q. 최근 면역항암제 바벤시오가 메르켈세포암 치료제로 승인됐다. 면역항암제 도입 이전의 일반적인 치료 과정은 어땠나?
- 메르켈세포 종양의 희귀성 때문에 대규모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한 치료방침은 정립되어 있지 않았다. 초기 메르켈세포암에 대해서는 수술적 절제술을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원격전이가 있는 경우, 면역항암제 도입 이전에는 세포독성항암치료를 시행했다.
그러나 메르켈세포암이 주로 고령에서 발행하기 때문에 세포독성항암제의 독성을 견디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마땅한 치료 옵션이 없었다.
Q. JAVELIN 임상에서 바벤시오는 ORR 33.0%에 6개월 이상 지속된 비율 93%, 12개월 이상 지속 71%로 나타났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
- 고식적으로 사용한 세포독성항암제의 경우 메르켈세포암에서 약 20∼50%의 반응율을 보이지만, 무진행 생존기간의 중앙값이 2∼3개월로 반응지속기간이 매우 짧았고, 따라서 전이성 메르켈세포암에서 장기생존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JAVELIN 임상시험의 결과에서 바벤시오를 투약받은 환자의 1/3에서 의미 있는 종양감소가 확인됐고, 그중 대부분의 환자에서 6개월 이상 반응이 유지됐다. 기존 세포독성항암제의 짧은 반응기간을 고려할 때 이는 주목할 만한 효과이며, 일부의 환자는 전이암으로 진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생존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Q. 바벤시오의 메르켈세포암 치료제 승인 이후 치료 과정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 전이성 메르켈세포암의 경우 유의미한 임상 결과를 토대로 면역항암요법이 새로운 표준치료로 자리 잡았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 가이드라인 및 NCCN 메르켈세포암 치료제 가이드라인도 바벤시오를 메르켈세포암을 위한 새로운 치료 옵션이라고 평가하며 면역항암제를 가장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권고했다.
수술이 불가능한 전이성 메르켈세포암 환자들에게 바벤시오를 포함한 면역항암제를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그러나 비급여인 관계로 투약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은 상황이다.
Q. 제약사는 수익창출을 원하고 건보재정에는 한계가 있어 정부와 제약사가 팽팽히 맞서 급여권 진입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일선에서 환자와 마주하는 입장은 어떤가?
- 메르켈세포암과 같은 희귀암의 경우 효과가 입증된 약제라 하더라도 허가와 건강보험 급여 적용까지 다른 주요암과 비교하여 오랜 시간이 걸린다. 환자가 워낙 소수이다 보이나 사회적 관심도 부족하고 정부의 급여 정책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되기 어렵다.
실제 진료현장에서 고가의 치료비용을 듣고 난색을 보이는 환자와 가족들을 마주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다른 암에 비하여 치료 옵션이 적은 메르켈세포암과 같은 희귀암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메르켈세포암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메르켈세포암과 같은 희귀암은 육체적인 고통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질환에 대한 낮은 인식으로 인해 느끼는 소외감과 외로움도 클 것이다.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을 통해 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모색하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치료에 임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