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지음/서울의학서적 펴냄/4만원
"청소년·청년은 큰 어린이도, 작은 어른도 아닙니다."
15∼39세의 청소년·청년(adolescents and young adult·AYA) 암 환자의 역학·진단·치료·예후 및 이들이 당면한 여러 문제는 15세 미만의 소아나 40대 이상의 성인과 크게 다르다. 청소년·청년 시기에 암을 이겨낸 장기생존자 또한 다른 연령대와 전혀 다른 의료적인 문제와 정신사회적 어려움을 겪는다. 청소년·청년 암 생존자는 바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거나, 지금까지 사회에서 활동해 온 사람이다. 따라서 이들이 치료를 마치고 가정·학교·직장으로 원만하게 복귀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매우 중요한 과제다.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가 <청소년·청년 종양학>을 펴냈다.
지난 30년간 AYA 암 발생자 수는 2배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생존율은 전체적으로는 증가했으나 급성백혈병이나 육종·뇌종양 같은 암종에서는 거의 변화가 없어, 소아나 40대 이상에서 같은 암이 발생한 경우보다 향상되지 못했다. 이 연령대에서 임상시험이 거의 수행되지 않고, 전문인력이 적으며, 암의 생물학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AYA 암은 같은 암이라도 생물학적 특성이 어떻게 다를까. 소아 연령에는 신경모세포종·윌름스종양·망막모세포종·수모세포종·간모세포종 등 배아성종양(embryonal tumor)이 많은 반면, AYA에서는 배아성종양이 적고 육종의 빈도가 높다. 또 호지킨림프종이나 비호지킨림프종·생식세포종 빈도가 증가한다. 급성림프모구백혈병도 소아에 흔한 ETV6-RUX1 유전자 전좌(translocation) 빈도는 줄고, 필라델피아 염색체 등을 갖는 수가 많다. 젊은 여성의 유방암은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HER2 수용체가 모두 발현되지 않는 삼중음성(triple-negative) 유방암이 많다. AYA 연령에서 발생하는 암의 치료 예후가 좋지 못한 데는 종양의 다양한 생물학적 특성도 한 몫 한다.
전담 진료과의 문제도 발생한다. 현재 임상 현장에서는 병원의 연령 기준 방침과 소아청소년-성인 혈액종양분과 의료진의 관심도에 따라 AYA 암 환자의 치료가 결정된다. 예를 들면, 소아에서는 호발하지만 성인에서는 매우 희귀한 골육종이나 유잉육종으로 진단받은 20대 환자는 소아청소년과에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때 환자들이 소아청소년과를 다니는 데 대한 불편함, 소아청소년과 병실에 입원해야 하는 점, 진료비 지원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 소아청소년암 생존자로 소아청소년과에서 장기 추적관찰 도중 이차암이 발생해 성인 혈액종양내과로 전과된 환자들은 그간 다져온 환자·부모-의료진의 라포를 성인 내과에서 형성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또 AYA 암 환자는 치료 중 급격한 체중감소도 큰 문제지만, 체질량지수가 30kg/㎡를 초과하는 비만과 25~29 kg/㎡에 해당하는 과체중이 더 흔한 문제다. 1451명의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장기생존자와 그들의 건강한 형제를 대상으로 시행된 대규모 소아암 생존자 연구(CCSS)에 따르면, 건강한 AYA에 비해 장기생존자에서 비만과 과체중이 더 흔하며, 그 위험인자는 치료 중 스테로이드 사용과 두개강내 방사선 조사로 확인됐다. 특히 스테로이드에 의한 식욕증가는 약물 중단 후 회복되지만 치료 중 고착된 식습관을 바꾸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 책은 상대적으로 미개척 분야인 청소년·청년기 암에 대해 알리기 위해 각 분야 전문가 40여 명이 집필을 맡았다. 청소년·청년 암 치료가 지나온 길과 현황을 살피고 호발암들을 하나하나 톺아본다. 이 시기의 특수성을 반영한 치료 및 돌봄 체계도 제안한다. 생존자의 사회 복귀와 장기적 합병증 및 평생 건강 관리의 문제를 꼼꼼히 짚은 후, 완화의료와 임종 관리까지 다루면서 다양한 예후에 따른 환자 관리에 부족함이 없도록 했다.
모두 5부 2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청소년·청년 암의 개요(청소년·청년 종양학의 역사와 현주소/한국 청소년·청년암의 역학/한국 청소년·청년암 환자를 위한 제언) ▲청소년·청년 호발암(청소년·청년암의 생물학적 특성/백혈병/림프종/육종/생식세포종양/중추신경계 종양/암종/이차암) ▲청소년·청년암의 특수성(청소년·청년의 생물학적 특성 및 청소년·청년암 치료체계/청소년·청년암 환자의 임상연구 및 기타 연구/치료 관련 급성 합병증/치료 순응 및 처방 준수/성기능 및 가임력 보존/심시사회적 문제) ▲청소년·청년암 생존자 관리(청소년·청년암 환자의 후기 합병증/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및 건강행태/재활치료/생존자 관리의 실제) ▲완화의료(완화의료/환자 및 가족의 임종 돌봄)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유경하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이사장은 "이 책은 청소년·청년 암을 소개하는 첫 결과물로서 의미가 크다"며 "진료과의 경계를 넘어 혈액질환 및 종양 환자를 치료하는 전문의료진, 환자와 가족들, 이 분야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모든 분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070-8226-16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