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명작 속에 아픈 사람들
[신간] 명작 속에 아픈 사람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0.07.0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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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양 지음/도서출판 재남 펴냄/1만 8000원

질병이 고통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아픔이 두렵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이 것들을 피할 수 있을까.

문학은 삶이다. 희노애락애오욕이 그대로 스며들고 태어나면서부터 죽음까지 이르는 길고 짧은 여정이 담긴다. 문학 작품 속에 질병을 매개로 한 인간의 아픔이 배제될 수 없는 이유다.

김애양 원장(서울 강남·은혜산부인과의원)이 의학적 관점으로 문학 속 질병과 아픔을 풀어낸 <명작 속에 아픈 사람들>을 펴냈다.

저자가 노벨문학상 작가 11명의 소설을 포함해 39편의 명작 속에서 아픔의 의미를 찾는 까닭은 명쾌하다.

"당신만 아픈 것이 아니랍니다."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은 모두 자신만이 불행한 것처럼 생각하기 일쑤다. 사소한 질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낙담하거나 불평하거나 누군가를 원망하기 십상이다.

견뎌야 할 고통의 무게가 삶을 피폐하게 하지만 질병의 보편성에 가까이 다가서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의 한 모습일 뿐이다. 아픔은 한 인격체를 또다른 성숙으로 이끄는 계제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작품 속 아픔의 연유인 질병 원인과 치료과정·예방법 등을 알려주며, 아픈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 있음의 근거로 받아들이며 꿋꿋하게 이겨 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옮긴다.

문학 속 질병을 통해 안온하지만 강건하게 아픔을 이겨내는 길을 제시하고, 한편으로는 우리 몸에 대한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문학에 다가서게 한다.

저자는 다독(多讀)·다작(多作)·다상량(多商量)의 품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책도 서른 아홉 편의 소설 속에서 이야깃거리를 탐색한다. 끊이지 않는 독서편력 가운데 추리고 추렸을테니 다독의 품이 짐작된다.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하면서 의학과 문학의 접경을 찾아간다.

지금까지 펴낸 책도 <의사로 산다는 것 1, 2> <위로> <명작 속의 질병이야기> <유토피아로의 초대> <아프지 마세요> <고통의 자가발전서> 등 여럿이다. 최근에는 번역 공부에도 빠져 멕시코 작가 까를롤스 알폰소의 장편소설 <십자가 벌판>을 우리글로 옮겼다.

저자의 명작 차림표다(괄호안은 질병).

<게 가공선> 코바야지 타끼지(각기병)/<콜리마 이야기> 바클람 샬라모프(꾀병)/<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췌장암)/<염소의 축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전립선비대증)/<운명> 임레 케르케스(봉와직염)/<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 조르주 베르나노스(위암)/<파울라> 이사벨 아옌데(포피아리증)/<환각의 나비> 박완서(알츠하이머병)/<미망인들> 스와보미르 므로제크(약물부작용)/<1984> 조지 오웰(정맥류성 궤양)/<나는 고 마티아 파스칼이오> 루이스 피란델로(사시)/<베짱이> 안톤 체호프(디프테리아)/<나나> 에밀 졸라(천연두)/<모범 소설> 미겔 데 세르반테스(부정망상)/<밤은 부드러워> 스콧 피츠제랄드(조현병)/<페스트> 알베르 카뮈(페스트)/<개의 심장> 미하일 불가코프(장기이식)/<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 카밀로 호세 셀라(공수병)/<울분> 필립 로스(충수염)/<광인> 하진(뇌졸중)/<유령> 헨리크 입센(매독)/<적들, 어느 사랑이야기> 아이작 싱어(상상임신)/<깨어진 거울> 애거사 크리스티(풍진)/<모르핀> 미하일 불가코프(마약중독)/<로스할데> 헤르만 헤세(뇌막염)/<마의 산> 토마스 만(폐결핵)/<우리들의 시대에> 어니스트 헤밍웨이(출산)/<백치>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간질)/<우표 수집> 카렐 차페크(성홍열)/<자라지 않는 아이> 펄 벅(선천성대사이상증후군)/<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천식)/<댈러웨이 부인> 버지니아 출프(외상후스트레스장애)/<티보가의 사람들> 로제 마르탱 뒤 가르(요독증)/<감정교육> 귀스타브 플로베르(아구창)/<로드 짐> 조셉 콘래드(진전섬망증)/<스타의 아들> 카를로스 푸엔테스(해표상지증)/<루이 랑베르> 오노레 드 발자크(강경증)/<골렘> 구스타프 마이링크(녹내장)/<상상병 환자> 몰리에르(건강염려증).

"당신만 아픈 것이 아니랍니다. 인류가 존속하는 한 누군가는 아프기 마련이라니까요. 보세요. 저 유명한 소설 속에 고통당하는 환자의 아픔을 말예요."

저자가 우리에게 건네는 위로다(☎ 070-8865-5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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