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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이었다면 '아찔!'…"이래도 '원격' 하시겠습니까?"
'비대면'이었다면 '아찔!'…"이래도 '원격' 하시겠습니까?"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7.1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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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장염 증상? 알고 보니 '급성 충수돌기염'·증상 없던 '부정맥' 환자 등
의료계, 증상에 의존한 '원격의료' 위험성 경고…"팬데믹 상황서 더 위험"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코로나19를 계기로 정부의 비대면 진료, 원격의료 추진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인들이 증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비대면 진료'의 위험성에 대해, 잇따라 경고하고 있다.

특히, 다른 감염성 질환과 구분이 어려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비대면 진료'는 더욱 위험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입장.

실제, 의료인들은 환자를 진료하면서 비대면 진료, 원격의료 상황에서는 놓칠 수 있는 질환들이 상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 장염 증상?알고 보니 '급성 충수돌기염'

최근 한 개원의는 '비대면 진료'상황이었다면 자칫 놓칠 수 있었던 질환을 진단한 경험을 개인 SNS를 통해 소개해 주목을 끌었다.

김성원 원장(서울 서대문구·서울가정의원)은 "50대 후반 여자분이 2주 전쯤 복통과 설사로 새벽에 종합병원 응급실에 가서 장염을 진단받고, 수액을 맞은 뒤 귀가했다고 했다. 그런데, 처방했던 약을 먹어도 계속 아프다며 남편을 보낼 테니 약을 더 지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고 전했다.

김성원 원장은 여기까지 듣고 응급실과 같이 단순 장염 증상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자세한 진찰이 필요하다고 판단, 환자에게 내원할 것을 권유했다.

환자는 의원을 방문했고, 병력을 다시 한번 청취해보니 아침에 우상복부 통증이었고, 1시간 전부터 우하복부로 통증이 이동했다고 했다. 진찰을 통해 충수돌기 부위에 압통, 반동압통을 확인했고, 체온 역시 37.5도였다.

급성 충수돌기염이 강력히 의심돼, 대학병원 응급실에 의뢰했고, 환자는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김 원장은 만약, 원격진료를 통해 해당 환자를 봤다면 단순 장염이라고 진단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이런 환자의 경우, 아무리 화상 원격진료를 해도 제대로 진단할 수 없다. 만약 새벽에 방문한 병원의 진단을 듣고, 보호자에 약만 처방했다면 환자는 복막염으로 상태가 악화됐을 것"이라며 "이는 의료사고 송사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의사로서도 상당한 괴로움에 시달렸을 것"이라고 전했다.

댓글에도 '원격의료는 한마디로 '마구잡이' 의료다. 보조 수준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 편리를 위해 많은 환자가 마구잡이 의료를 선택하게 해선 안 된다', '제발 해당 전문가들의 고견을 듣고, 정책을 만들면 좋겠다' 등 비대면 진료에 대한 우려 섞인 반응들이 이어졌다.

증상 없던 '부정맥' 환자…'비대면'이었다면 진단할 수 있었을까?

조현호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의무이사 역시 국회 토론회에서 본인이 근무하는 병원에 내원한 환자의 경험을 언급하며 "원격의료 추진 시 의료사고가 급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현호 이사는 6월 17일 정의당 배진교 의원과 무상의료운동본부가 주최한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원격의료 도입인가?' 국회 토론회에서 88세 환자가 내원해, 맥박이 170에 달하는 심각한 부정맥이 발견돼 상급 종합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받은 사례를 직접 전했다.

특히, 증상만 따랐다면 혈압을 잴 필요가 없었던 환자였지만 내원을 했기 때문에 혈압을 쟀고, 이런 과정을 통해 부정맥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현호 이사는 "의료사고는 대면 진료에서도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의료의 질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대리처방에 대해서도 엄격한 규제를 두는 이유"라며 "현재 원격의료에 대한 제도적·법적 안전장치가 전무하다. 의사는 책임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이때 진료의 효용성 역시 급락할 수밖에 없다"고도 꼬집었다.

결국, 증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원격의료'의 위험성을 정면으로 경고하고 있는 직접적으로 짚은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비대면진료(원격의료) '4대 나쁜 의료정책' 규정…핵심은 '환자 안전'

최근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원격 진료 추진'을 첩약급여화, 의대증원, 공공의대 신설과 함께 '4대 나쁜 의료정책'으로 규정했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으로 여념이 없는 상황을 틈타 의료계가 반대한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의 원격 진료 반대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우려하는 점으로 꼽는 것은 환자의 안전이다. 환자의 상태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는 것.

특히 비대면 진료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는 게 의료계의 주된 지적이다.

의협은 의료인-환자 사이의 원격의료는 제대로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 더해 극단적 영리 추구로 인해 의료 인프라가 붕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6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산업융합규제특례심의위원회가 재외국민에게 진료, 상담 및 처방을 허용하는 의료인-환자 간 원격의료 시행에 대한 임시허가를 부여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원격의료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과 산업계의 경쟁을 촉발하고 불필요한 수요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다. 극단적인 영리 추구 행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경증 환자를 놓고 대형병원과 동네의원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원격의료의 허용은 동네의원의 몰락과 기초 의료 인프라의 붕괴로 이어져 국민 건강에 치명타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을 가져온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원격의료는 오히려 더 큰 위험성을 가져올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의협은 "코로나19는 증상만으로 다른 감염성 질환과 구분이 불가하고 의심이 된다면 가능한 한 빨리 (의사와 만나) 확진검사를 받는 것이 최선"이라며 "증상을 확인하는 정도의 원격 상담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조기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부작용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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