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한시적으로 불가피하게 허용한 전화처방 악용"
"원격의료 위험성, 단적으로 보여줘…정부 의료계와 협의해야"
"4분여간의 짧은 전화 통화로, 1개월 비급여 탈모 치료약물을 처방받았습니다. 약물치료로 인한 위험성이나 부작용 등에 대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전화 진료 예약사이트를 개설해 탈모 환자에게 전화 상담만으로 전문의약품을 처방한 의사 A·B씨를 9일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고발 직후 대검찰청 앞에서 최대집 의협 회장은 "고발된 의사들은 SNS를 통해 '1분만에 원격으로 탈모약 처방'·'전화 처방 합법화, 알고 계시는가요?' 등의 광고로 환자를 유치한 뒤, 대면 진료없이 짧은 전화 통화만으로 1개월분의 전문의약품을 처방했다"라며 고발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해당 전화 진료 예약 사이트에서는 전화상담과 처방이 허용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진료를 원하는 의사와 시간을 예약하면 의사가 전화하는 식으로 전화 진료가 이뤄졌다. 사이트에는 총진료 1개월분 5,000원 등도 함께 명시돼 있다.
최대집 회장은 "제보해 온 환자는 이전에 해당 의원이나 의사에게 대면 진료를 받은 적이 없는 완전한 신환이었다. 4분여간의 짧은 전화 통화만으로 1개월분의 비급여 탈모 치료약물을 처방받았던 것"이라며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정수리가 보인다는 환자의 말만 듣고 탈모에 대한 진단과정 없이 바로 치료약물이 처방됐다. 약물치료로 인한 위험성이나 부작용 등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발된 의사들은 특히 2월말부터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 진료를 예로 들어, 문제가 없다고 사실을 곡해했다"고 말하고 "이번 고발건은 의협의 반대와는 별개로 정부가 허용한 전화 상담처방 취지와도 전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위기에서 치료가 중단되어서는 안 되는 만성질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의 불가피한 전화 상담처방 행위가 아니라 사실상 온라인을 통한 환자 유인과 전화처방을 악용한 비급여 처방전 판매 행위"라고 고발된 의사들을 비판했다.
우리나라 의료법에서는 직접 진찰한 의사만이 환자에게 처방전을 발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따르면 '직접 진찰한'의 의미는 '의료인이 의료기관 내에서 대면하여 진료한'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직접 진찰'의 범위에 대해서는 넓게 해석했지만 "신뢰할 만한 환자의 상태를 토대로 특정 진단이나 처방 등을 내릴 수 있을 정도의 행위가 있어야 '진찰'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고, 그러한 행위가 전화 통화만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최소한 그 이전에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고 진찰하여 환자의 특성이나 상태 등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는 사정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최대집 회장은 동 사례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격의료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도 강조했다.
합법화되지 않은 특례 조치 상황에서도 동 사안처럼 악용 사례가 나오고 있는 것을 봤을 때, 합법화까지 이뤄진다면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기발한 영리 추구 행태들이 무수히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대집 회장은 "애당초 정부가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이러한 악용의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어야 했음에도 불구, 이러한 과정을 완전히 배제하고 진행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의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정부가 전문가 의견을 무시한 정책에 어떤 허점이 생길 수 있고, 국민건강에 얼마나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며 정부 책임론도 들고 나왔다.
마지막으로 "이번 고발 조치를 통해, 사법부가 현행법상 불법의 요소가 명백하고, 국가적 위기에서 허용된 한시적 특례의 취지에도 반하는 국민건강에 대한 중대한 위협에 대하여 엄정하게 판단할 것을 기대한다"며 "의료계와 협의 없이 허용한 전화 상담과 처방의 허점이 드러난 만큼 지금이라도 전화상담 처방 전반에 대해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협의할 것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