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 세상에 오직 하나

[신간] 이 세상에 오직 하나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0.07.2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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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기 지음/도서출판 꿈꿀자유 펴냄/1만 4000원

지구에는 680만종의 동물과 40만종의 식물이 살고 있다. 인간이 속한 척추동물은 5500종에 불과하다. 진화의 정점에 있는 인류는 80억 객체 가운데 똑같은 이가 하나도 없다.

모든 존재는 특유의 가치를 지니면서 매순간 새로운 환경을 만나고 그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무수한 과거 속 인(因)은 현재의 결과인 연(緣)으로 맺어져 서로에게 곁이 된다.

저마다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들이 다시 오지 않는 새로운 시간 위를 흘러간다.

정준기 서울대 명예교수가 여섯 번째 수필집 <이 세상에 오직 하나>를 펴냈다.

국내 핵의학계를 이끌어 온 저자는 위암·파킨슨병이라는 두 질곡 속에서도 300여편의 SCI급 논문을 발표하며 1만 6000회를 넘는 인용횟수를 기록하는 등 학문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또 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장을 역임하며 의학과 인문학의 소통에 마중물이 됐다. 의학자이자 수필가로서 삶의 다양한 모습을 독특한 시각으로 바라보며 따뜻하게 감싸 안는 글을 써왔다.

저자의 말이다.

"삶에서 불행과 행운은 손잡고 오는 수가 많다. 두 가지 지병이 쌍두마차가 되어 나를 수필의 세계로 이끌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간 다섯 권의 수필집을 냈다. 파킨슨병으로 시간이 촉박하다는 조바심도 있어 다작(多作)을 한 것이다. 어쩌면 글쓰기가 몸과 마음을 지켜주는지도 모른다. 병은 삶에 이상이 생겼다고 경고하고 회복시키는 과정이다. 병과 씨름하면서 자기 절제, 타협, 양보를 배웠다. 또 자연히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철학적 사유를 하게 됐다. 인연은 내 글의 중심이다. 모든 존재는 인연에 의해 '이 세상에 오직 하나'로 소준하다. 아직 인연이 없더라도 존재 자체가 무한한 가치를 지닌다."

책 속 쉰 여덟 편의 단상은 해박한 지식과 넉넉한 마음으로 온기를 품고 단아하게 차려진다.

5장으로 구성된 책에서는 ▲문화와 예술의 향기(인간이란 존재/그녀를 따라 거닐던 문학의 숲/시작(詩作)을 시작(始作)하며/'갑돌이와 갑순이'는 미완성/옛 동산에 올라/풍자가요 '남성 넘버원'/하루살이와 로마 황제의 대화/아름답고 우아한 여인/'데미안'과 줄탁동기/무라카미 하루키와 책벌레/도스토예프스키의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이루면 물러나는 법/인생 후르츠) ▲일상에서 얻은 사색(이 세상에 오직 하나/사랑과 창조/이기심을 어떻게 이길 것인가/아기 참새의 은혜 갚기/고형집을 찾아서/사람의 얼굴/이름에 대하여/의대 교수의 진학지도/초당연수원에서/숫자로 읽는 세상/타임스퀘어 광장의 셈법/그레이트 오션 로드/블랙홀 발견의 의미)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소매치기와 아버지/교수님의 18번/친구 어머니/'동심초 노랫말에 맺힌 사연' 그 뒷 이야기/반사적 광영/서울대병원 문학모임/병원가족, 멀어져가다/'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고창순 선생님/성스러운 기초의학자 조승열 교수님의 1주기를 맞아/김종순 선생 영전에/당신 멋져!/경모궁(景慕宮)과 JP) ▲의학 의료의 현장에서(동전을 삼키면/좌충우돌 동물실험/즐겁게 논문쓰기/의사와 '던바의 수'/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한국의료/마이너 비인기과의 애환/이 시대의 바람직한 의료인/의사가 국민에게 바라는 것/이메일을 지우며/국립암센터 바자회에서/아시아핵의학교 컨퍼런스와 마천루/'조선의보' 기억하며) ▲불교이야기(생로병사와 맞춤의료/삼장법사 현장의 참모습/탁실라박물과의 부처 얼굴/왜구와 신라의 불교건축물/불일암에서 생각한 무소유/아소카 왕의 위대한 반전/내가 생각하는 5계율/부처가 보는 생존 양식) 등과 마주한다.

지금까지 산문집 <젊은 히포크라테스를 위하여> <소소한 일상 속 한 줄기 위한> <참 좋은 인연> <의학의 창에서 바라본 세상> <33년의 연가> <다른 생각 같은 길>(공저) 등을 출간했다.

저자는 "남은 삶의 농도를 짙게 유지하고 싶다는 철없는 소망이 이뤄진다면 여러분들의 한결같은 애정과 성원이 만든 기적"이라고 말한다.

건강과 평안을 기원한다(☎ 070-8226-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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