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변' 병원, '임세원법' 사각지대…국가책임제 등 재발 방지 촉구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신경정신의학회·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 등 성명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부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자, 의료계가 연이어 애도를 표하고 있다. 의료계는 특히 고 임세원 교수 사망 사건 이후, 1년 8개월 만에 또다시 비극이 발생한 것에 대해 "애통하고, 참담하다"는 심경을 표하고 있다.
임세원법 등 의료인 폭행방지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 비극이 계속되는 데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는 6일 성명을 통해 "임세원법이 시작된 것은 우리나라 의료인의 안전을 위한 첫걸음이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사건이 발생한 병원이 규모가 작아, 개정된 법에 의한 병원 안전 강화 대책 대상에서 벗어난 사각지대였음을 짚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누구보다 환자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치료를 제공하는 의원의 존립이 흔들리게 되는 일은 국민들의 정신건강에 큰 위기"라며 "안전한 의료 행위를 위한 국가와 사회의 변화와 지원을 요청한다. 매년 반복되는 사건으로 이 사회의 정신건강이 무너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신질환자의 입원과 퇴원, 퇴원 이후의 재활과 사회 적응, 외래 치료 등에 어려움이 없는 사회가 되기를 요청한다"면서 "급성기 치료와 요양치료 그리고 사회 복귀를 위한 서비스 제공은 꼭 필요한 치료적 자원"이라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적 자원 확충을 촉구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는 국가가 아닌 병원과 보호자가 정신질환자의 입, 퇴원을 결정하는 우리나라의 강제입원제도가 '기형적'이라고 꼬집으며 사법입원제도, 외래치료 명령제, 지역사회 정신질환자 관리, 합법적인 이송 책을 통합한 '정신질환 국가책임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는 "병원은 환자를 가두는 주체가 되어 치료의 시작부터 환자와 의사의 신뢰를 구축하기 어렵다. 입원 치료는 잠재적인 범죄로 치부돼 그 요건이 까다로워지고,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적 도움과 돌봄을 제공할 시설과 지원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준비 없는 탈 원화와 턱없이 부족한 지역사회 인프라, 인력과 예산의 지원이 없는 허울뿐인 미봉책은 환자를 치료의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환자의 치료와 사회의 안전은 결코 공짜로 얻을 수 없습니다. 국민의 치료받을 권리와 안전할 권리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국가가 보장해 줘야 한다"면서 '정신질환 국가책임제' 시행을 비롯해 정신질환 국가책임제 추진위원회 설치, 정신건강복지법 관련 정책입안자의 실명을 공개 및 평가제 시행 등을 촉구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8일 추도사를 통해 "불과 20개월 전 임세원 교수님이 환자의 흉기에 의해 사망한 사건의 악몽이 아직도 어른거리는데 또다시 같은 참변이 일어난 현실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심정"이라며 "의사의 진료권이 의료기관 내에서도 지켜지지 않고 훼손되고 있는 상황이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한탄했다.
의료계가 그동안 의료인에 대한 폭행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한 대책을 정부 당국에 지속 제안해왔음에도 불구, 의료기관에서 진료하는 의료인들이 안전의 사각지대에서 무방비 상태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음을 거듭 확인했다고도 짚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의료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책무를 저버리고 정치적 목적만 쫓아 지금 이 순간에도' 의료 4대악 정책'을 강행하고 있는 정부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정부는 무엇보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의료인들이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