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간호사회 "의사 투쟁 지지…열악한 환경, 의사 집단행동으로 생긴 것 아니다"
간호계도 '증원' 문제로 내·외부 투쟁 중…"10년간 숫자 2배 늘었지만, 인력난 여전"
문재인 대통령이 간호사들에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에 얼마나 힘들고 어려우시겠냐"며 감사의 뜻을 전한 가운데, 간호협회 직선제를 촉구하며 젊은 간호사들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간호사 단체에서 "진짜 간호사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밝혀 이목을 끌고 있다.
최근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정책에 반발, 무기한 파업을 이어오고 있는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의료계의 강경 투쟁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SNS를 통해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분들을 위로한다. 그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간호사들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전공의들의 파업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한간호사협회는 8월 27일 성명을 통해 "의사들이 떠난 진료 현장에 남은 것은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 악화와 업무부담 가중이다. 의사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국가 책임하에 경쟁력 있는 지역공공의료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사 증원 정책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의 감사 메시지가 나온 배경에는 이러한 간협의 정부 정책 찬성 입장도 한몫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간호계의 상황을 들여다보면, 간호사들이 '의료인 증원' 정책에 한목소리로 찬성 입장을 내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의사 증원'과 유사한 '간호사 증원' 문제를 둘러싸고 내부 분열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
특히 젊은 간호사들을 중심으로 한 젊은 간호사협회는 오히려 "의사들의 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의료인 증원만으로는 의료취약지, 공공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의료인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의료체계에서는 공공의사, 지역간호사 누구도 견딜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문 대통령의 감사 편지에도 "간호사의 노고를 알아주심에 감사하다. 하지만, 의료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면 현재 있는 의료인력부터 확실히 지켜달라"며 "열악한 근무, 가중된 근무환경, 감정노동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의료인 증원'이라는 동일한 사안에 대해 의사 선·후배가 한목소리를 내는 반면, 간호사협회와 젊은 간호사단체가 완전히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내부 분열이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젊은 간호사회는 "간호사 정원은 지난 10년 동안 증원되고 있다. 매년 배출되는 신규 간호사가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에 시달리고 있다. 의료 취약지에는 채용할 간호사가 없다"며 의료인 증원이 의료취약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지적한다.
이는 의사들이 '의대 정원 확대·공공의대 신설'이 의료취약지나 기피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대한간호사협회는 최근 의료인 증원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히는가 하면, 간호사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간호사제' 선제적으로 제안했다. 이에 바른 간호사회, 젊은 간호사회 등 젊은 간호사들을 중심으로 한 반발이 일어났다.
이들은 실제 간호사 회원과 간협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며 간협 '직선제' 운동을 함께 벌이고 있다.
젊은 간호사회는 "정부 정책은 의료인력이 열악한 환경에서 소진되다 버려지는 현실을 개선하기보다, 근원적 해결이 아닌 '증원만이 답'이라는 식의 피상적 해결법을 고수하고 있다"며 "간호사가 10년간 2배 늘었어도 인력난은 해결되지 않았다. '증원이 답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의료인들과 먼저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는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반대 목소리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울려 퍼졌다. '간호사의 무조건 증원을 반대한다'는 청원에는 현재(9월 2일 오후 4시) 기준 8만 4428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오늘 간협으로부터 메일 하나 받았다. 간호사 증원에 적극 찬성하고 의사 증원에도 찬성한다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이 정책은 완전히 틀렸다. 지난 10년간 간호사는 1년에 8000명에서 1년에 약 2만명씩 나오는 것으로 증원됐다. 하지만 지금도 임상에는 간호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지난 2008년 간호대 재학생 수는 5만5244명이었다. 2019년 11만348명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또 다른 청원 '지쳐가는 코로나 영웅, 간호사들의 '진짜' 목소리를 들어주세요'는 9월 2일 오후 4시 기준 3만 5525명의 동의를 끌어냈다. 간호사라고 밝힌 청원인 역시 대한간호협회의 '의료인 증원' 찬성 입장에 대해 "일방적인 발표였다.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청원인은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매년 수많은 간호사가 병원을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의료인 증원 정책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최근 대통령과 의료인들의 온라인상 소통은 지속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앞서 의대 증원 등에 반발하며 무기한 파업을 이어오고 있는 전공의들은 8월 31일 문재인 대통령에 호소문을 전달,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큰 관심을 받은 바있다.
전공의들은 호소문에서 "대통령님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며"환자들에 돌아갈 수 있도록 4가지 악법을 철회해 달라. 정부가 의사들과 함께 해당 정책들을 원점에서 재논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