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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약 활용에 대한 한의사들의 왜곡과 진실
일본의 한약 활용에 대한 한의사들의 왜곡과 진실
  •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9.1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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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한의사들은 일본제국이 조선 민족혼 말살 정책으로 한의학을 배척했다는 거짓말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일본의 한약 활용을 과장하며 따르자고 주장한다. 

일본은 한의사제도는 없고 의사 중 일부가 한의학을 활용하며 동양의학전문의들이 우리나라의 한의사들처럼 맥진과 설진을 하는 등 한방 진료를 한다. 침과 뜸은 침사와 구사 면허를 별도로 두고 있다.

일본의 의사 수는 2018년 기준 32만 7210명이다. 일본 동양의학회 홈페이지에는 동양의학전문의가 2067명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전체 의사의 0.63%로 인기가 없어 보인다. 동양의학회 정회원 수는 8041명이라고 하며 정회원 중 의사는 6881명이라고 한다. (정회원에는 치과의사·약사·침사·연구원 등도 포함)

9월 2일 경희대 한방병원 권승권 교수는 <뉴스1>에 기고한 칼럼에서 "일본에서는 의사들이 병명 제한 없이 만성이나 난치성 질환처럼 그 치료가 간단치 않은 상황일수록 한약처방 자체의 효과 증강을 위해 엑기스제 대신 첩약을 주로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이는 뇌혈관질환 후유증, 안면마비, 월경통에만 국한해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국내 현황과 꽤 큰 차이다. 추후 국내에서도 적용 질환 확대를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는 일본의 '의사의 탕액처방에 대한 인식 및 한약재 사용량 실태에 관한 조사'라는 논문을 인용했는데, 동양의약회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한방치료에 첩약을 사용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상자의 25.8%(응답자 1877명 중 484명)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한다. 비응답자를 고려하더라도 동양의학전문의들 중 상당수가 첩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첩약을 사용하는 한의사가 2만 명이 넘는 우리나라에서 "일본을 따라서 첩약을 널리 활용하도록 급여화를 확대하자"는 주장은 어색하지 않은가? 필자는 우리나라도 우선 일본 수준으로 첩약 사용을 감소시키자고 권하고 싶다.

일본의 의사들은 제약회사에서 생산한 한약제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한의사들은 일본 의사들이 한약제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처럼 왜곡하는데, 고작 684명의 일본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2008년 설문조사 결과를 가지고 "일본의 의사들 중 83.5%이 한약을 처방한다"고 주장한다.

83.5%라는 수치만 보면 한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09년 일본의 건강보험 자료를 분석한 논문을 보면 전체 6709만 5008건의 처방전 중 1.34%인 89만 8797건의 처방에 한약제제가 포함됐다. 한약 포함 처방전 중에서 92.2%은 현대의약품과 함께 처방됐으며, 7.8%만이 한약 단독 처방이었다. 전체 처방전 중 한약 단독은 0.1%에 불과한 것이다. 일본의 한약제제 활용이 미미하다는 진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약제제 전문기업인 일본 쯔무라제약의 매출이 1년에 1조원을 넘는다며 일본인들이 한약에 열광하는 것처럼 홍보하기도 한다. 쯔무라는 2019년 일본 제약회사 매출 순위 18위에 불과하다.

일본의 의사들이 한약을 처방한다는 사실이 효과에 대한 근거는 될 수 없다. 일본에서 사용되는 한약제제들은 예전에 임상시험 없이 전문가 의견으로만 허가되어 건강보험 적용도 되지만, 한약제제 신규 허가 조건을 현대의약품과 동등한 수준의 검증으로 높인 뒤에는 새로 허가된 한약제제가 없다.

일본에서 참고할 점도 있다. 2003년에서 2018년까지 접수된 처방 한약제제 부작용 사례 4232건이 논문으로 발표됐는데 간손상이 28.2%로 가장 많았고, 폐손상이 27.8%, 슈도알도스테론증 21.0%로 뒤를 이었다. 장간막 정맥경화증5.3%, 약물 발진 4.4% 순으로 나타났다. 

한의사들은 표준화나 기준 없이 일본에 비해 위험한 한약재들을 마음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 사정이 더 나쁠 것 같지만 집계되지 않아서 실태를 알 수 없다. 한의사 처방으로 급여 적용이 되는 한약제제들도 부작용 데이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해 5월에 최초로 동국대학교 일산한방병원을 한약(생약)제제 특화 지역의약품안전센터로 지정해 한약제제 부작용을 모니터링하기로 했으니 데이터가 조금이나마 수집될 전망이다.

건강보험 재정 문제가 불거질 때면 한약을 제외시키자는 논란이 벌어지는 일본의 사정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첩약급여화로 건강보험 예산을 퍼주기 시작하면 나중에 후회해도 한의사와 한약산업 관련 종사자들의 반발로 철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한의학에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하는 곳은 중국·일본·대만이 있는데 건강보험 비중은 우리나라가 중국 다음으로 높다. 건강보험 예산 사용에 있어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이상한 나라인 것 같다.

안전성과 유효성 근거가 아닌 정치적 및 경제적 목적으로 한의학을 활용한다고 비판받는 중국을 더욱 닮아가자는 한의사들의 주장과는 반대로 해야 우리나라가 정상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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