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협·서울시의사회·소청과의사회·전의총 등 성명
최대집 의협 회장 '서울구치소 앞 철야 시위'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대한개원의협의회와 서울특별시의사회·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전국의사총연합은 13일과 14일 '장 정결제 투여 후 사망한 장폐색 환자'를 진료한 주치의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한 1심 판결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선한 의도로 진료한 환자의 결과가 나빴다고 담당의사를 형사처벌하는 관례는 선진국의 의료사고 대응 모델과 한참 동떨어진 잘못된 판결이며 방어진료만 양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료특례법을 만들어 의사를 형사처벌하기 보다 환자 피해를 보상하는데 집중하는 의료분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라고도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0일 대장암이 의심되는 장폐색 소견을 보인 80대 환자에게 장 정결제를 투여한 A의대 교수에게 금고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환자를 함께 진료한 전공의도 금고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16년 뇌경색과 치매 치료를 받던 80대 환자 B씨는 대장암 의심진단을 받고 대장내시경을 받기 위해 장 정결제를 투여받은 후 하루 만에 사망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의협 임원진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고의가 아닌 선의에 의한 진료 과정이 가져온 나쁜 결과에 법정 구속을 선고한 판결은 '판결이 아닌 테러'"라고 규탄했다. 특히 구속된 교수는 "두 아이의 엄마이며 증거가 이미 수집돼 "증거인멸의 우려나 도주의 우려를 이유로 법정 구속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법원 결정을 질타했다.
최대집 회장은 구속판결에 항의하며 14일 저녁 9시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해당 교수가 갇힌 서울구치소 앞에서 1인 시위도 벌인다.
서울시의사회는 14일 '필수과 의사를 구속하면 도대체 바이털과 의사는 누가하나?'라는 성명을 통해 "의학적 판단에 따른 진료과정에서 업무상 과실로 의료분쟁이 발생한 경우 의료인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법규 신설이 시급하다"고 요구했다. 또한 "법원은 특히 형사사건의 경우 서로 다른 사건 관련 감정 의견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의료감정원 등 전문적 기구를 활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역시 14일 '의사구속 판결에 분노한다'며 성명을 발표하며 "필수의료에 종사는 의사는 이제 선의의 의료행위로 감옥에 갈 수 있다는 각오를 해야 할뿐 아니라 경제적 파탄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의사를 형사처벌하는 판례는 결국 젊은 의사가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현상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13일 성명을 통해 "구속판결을 내린 정종건 판사는 판사 자격이 없다"며 "많은 양의 의료기록이 제출되고 도주 가능성이 낮은 4살과 8달 된 두 아이 엄마를 구속했어야만 하는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14일 이번 판결에 대해 "우리나라 재판관은 나쁜 결과를 예상못한 '신의 수준이 아닌 보통 수준의 의사'는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형사처벌을 피하고자 의사가 필수 진료과를 기피하면 필수의료시스템이 붕괴되고 결국 피해는 국민이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선진국은 선의의 의료사고로 인한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진을 형사처벌하기 보다 환자의 피해 구제에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마윤 세계면허기구연합회 사무국장과 리사 브라운스톤 캐나다 온타리오주 의사면허기구 CLO(Chief Legal Officer)는 2019년 의협이 주최한 제36차 종합학술대회에 참가해 "미국과 캐나다는 선의에 의한 의료과오에 대해 의사에게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다"며 "한국은 의료과오를 저지른 의료진을 형사처벌한다고 들었는데 너무 놀랍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