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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약 급여화에 대한 단상

첩약 급여화에 대한 단상

  • 김흥동(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09.1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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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동(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한국뇌전증협회장)

김흥동 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 ⓒ의협신문
김흥동 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 ⓒ의협신문

요즘 의료계 뿐만 아니라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도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뜨거운 감자다. 보건복지부는 한방보장성강화라는 명분하에 연간 500억 원의 재정이 소요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3가지 질병(월경통, 안면신경마비, 65세 이상 뇌혈관질환후유증)에 대해 시행한다는 것이다.

이런 질환에 첩약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었는지, 실제 의료 소비자가 얼마나 절실하게 생각하는지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말은 제쳐두고, 반드시 뒤돌아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몇 년 전 대마씨유에서 추출한 카나비디올이라는 약제가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서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는 외국 언론의 보도에 뒤이어, 이 약제가 가지는 유효성 등에 대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미국이나 유럽 여러 국가들을 포함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약 1년 전부터 이 약제의 사용이 승인되었다.

실제로 하루에도 수십 차례 이상의 발작과 이로 인한 후유증으로 지적 장애까지 진행된 환자들 중, 카나비디올 복용 후에 거짓말처럼 회복되는 환자들을 진료 현장에서 경험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 이 약제에 대해 급여 적용을 해주지 않고 있는 현실에 있다. 한달 100만원에서 300만원에 이르는 약값이 부담스러워 이 약을 엄두도 못내고 있는 환자들과 그 부모들은 그야말로 애간장이 타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고가의 약제비로 인해 보험 재정이 악화되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로 이 약제의 보험 급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중증 난치성 뇌전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어린이들은 아무리 많아도 5,000명을 넘지 않는다. 또 그 중에 이약으로 확실한 도움을 받아 계속 복용해야 하는 아이들은 20%를 넘지 않는다. 이 약을 꾸준히 계속 사용해야될 아이들의 숫자가 그렇게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보험 재정의 안정이라는 명제 앞에 이 아이들의 건강권은 내밀어 보지도 못하는 휴지조각 정도 밖에는 취급을 못받고 있다.

난치성 뇌전증 아이들은 한꺼번에 4∼5개의 약을 복용하면서도 발작이 멈추지 않는다. 이런 아이들 중에 카나비디올 사용 후에 발작이 완전히 멈추고, 항뇌전증 약제를 모두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발작이 멈춘 아이들은 놀랄 정도로 지능이 회복된다. 이런 아이들이 카나비디올을 사용하지 못했다면, 그 아이는 심각한 지적 장애로 한평생을 누워서 지낼 수 밖에 없는 극심한 장애 상태를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했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시작할 엄두도 못내는 부모들, 혹시라도 이 약이 효과적이어서 아이가 좋아질 경우 계속 감당해야 될 약값이 두려워 감히 시작도 못하고 있는 부모들, 효과적인 것을 확인하고도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고야 마는 부모들, 우리 사회는, 우리 정부는 이들에게 심각한 죄를 짓고 있다.

치료약이 비싸서 감히 써볼 생각도 못하는 우리 환우들의 부모는 오랜 치료 기간 동안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오느라 경제적으로는 이미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상태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런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 태어나는 아이들에서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지 않아 정상으로 살 수 있는 어린이가 치료 시기를 놓쳐서 평생 장애자로 살아가야 되는 사회가 우리 사회라면, 어떻게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한방 첩약 급여화가 매우 신속하게 결정되고 처리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카나비디올의 급여화를 소리쳐 주장해왔던 중증뇌전증 환우들과 그 부모들의 피를 쏟는 절규는 어디에서 메아리로라도 울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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