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본사 부사장 발령…후임 케빈 피터스 태국MSD 대표
키트루다 급여기준 문제 해결 아직…노동조합 갈등 또한 여전
한국MSD의 아비 벤쇼산 대표(사진)가 한국을 떠난다. 지난 4년간 밖으로는 정부와, 안으로는 노동조합 등 한국인 직원들과 자사의 이익을 위해 줄다리기를 해온 인물이다.
한국MSD는 17일 아비 벤쇼산 대표가 11월 1일부로 MSD 본사 휴먼 헬스 커머셜 오퍼레이션(Human Health Commercial Operations) 총괄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밝혔다.
그는 2016년 6월부터 한국MSD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이 기간 한국MSD의 지상 과제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급여 확대. 다만 급여 확대 목적의 우선순위에서 한국 환자 접근성 향상보다 자사의 수익창출이 앞선 것으로 보인다.
키트루다는 면역항암제 가운데서도 비소세포폐암 등 일부 암종에서 독점적 위치에 있다. 화학요법 외에 대안이 없던 환자들에게 장기생존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
문제는 약가가 높고 적응증 확대 속도가 빨라 향후 얼마나 많은 환자에게 투여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은 환자의 면역항암제 접근성과 국민건강보험 재정 지속성 사이에서 정부의 고민이 크다.
이에 정부는 반응여부에 따른 새로운 급여기준을 면역항암제 업체에 제시하며 급여 문제를 풀어가려 했다.
일부 업체는 이를 받아들이고 급여화에 속도를 낸 반면 아비 벤쇼산 대표의 한국MSD는 새로운 급여기준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로 인해 키트루다의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급여는 3년째 난항을 겪으며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협상이 진행 중이던 2018년 1월, 아비 벤쇼산 대표는 글로벌제약사 한국지사 모임인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의 회장직을 맡는다.
당시 아베 벤쇼산 대표가 KRPIA 회장을 맡은 배경으로 한·미 FTA 재협상이 꼽혔다. 재협상의 쟁점으로 혁신신약에 대한 약가책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관련기사)
같은 해 10월 아비 벤쇼산 대표는 KRPIA 회장으로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려 나가기도 했다.
다국적사가 신약의 독점적 효능을 무기로 폭리를 취하려 한다는 국회의 지적이었다. 이 자리에서 최도자 의원(당시 바른미래당)은 "다국적제약사들이 이윤을 위해 환자 생명을 볼모로 '인질극'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비 벤쇼산 대표는 "KRPIA 회장으로서 의무와 사명은 신약이 환자들에게 빠르게 다가가는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키트루다 문제의 해결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가 한국MSD 대표로 있는 기간 내부적인 문제들도 불거졌다. 두 명의 외국인 임원이 한국인 직원에게 잇따라 '갑질' 문제를 일으킨 것이 대표적이다.
A전무의 경우 기차표를 찢어 직원 얼굴에 던졌다는 폭로가, B전무는 직원에게 과자를 던져 받아먹게 하고 여직원 성추행까지 자행했다는 내용이 터져나왔다.(관련기사)
당시 한국MSD의 외국인 임원은 아비 벤쇼산 대표를 제외하고 두 전무가 전부였다. 논란 이후 A전무와 B전무 모두 한국지사를 떠나 각각 아시아·태평양(AP), 미국 본사로 옮겨갔고, 별도 징계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갑질 논란 외에도 한국인 임직원이 소속된 노조와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본사 지침이라며 시작된 외부모니터링 프로그램은 직원들의 반대는 물론 의사 사생활 침해 논란까지 일었지만, 축소는 커녕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관련기사)
이 같은 여러 문제들을 두고 아비 벤쇼산 대표가 본사로 돌아가면서 이제 차기 대표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MSD는 11월 1일 자로 케빈 피터스 신임 대표를 임명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MSD 부사장을 거쳐 2018년부터 태국MSD 대표를 맡은 바 있다.
케빈 피터스 신임 대표는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중요한 국가인 한국에서 대표이사직을 맡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임직원들과 함께 한국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건강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