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한국 의학도 수필공모전 총 63편 응모…25편 수상작 선정
김인호 위원장 "문학적 관점, 경험 바탕 창의적 사고력·표현력 중점"
제10회 한국의사수필가협회 공모전 심사는 김인호 한국의사수필가협회 명예회장(심사위원장)·홍영선 가톨릭의대 명예교수·조수근 원장(강원도 강릉시·조은안과의원)·문윤정 평론가(에세이문학)가 맡았습니다. [의협신문]은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고자 김인호 심사위원장의 심사평 전문을 게재합니다.
여느 일반대학생들 보다 감성과 이성이 충돌하는 의학도의 지성은 아픔이 크고 상처가 깊습니다. 의학의 꿈을 키웠던 고3의 암흑기는 인생의 틀을 견고하게 쌓았지만 의과대학 시절 내내 경쟁의 윤리를 터득하며 감정을 억제하는 시기를 지납니다. 이번 63편의 응모작은 사실 의학도들의 저력을 유감없이 나타내주었고 특히 예선을 통과한 25편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우수했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공통된생각이었습니다.
코로나-19 방역이 2,3단계 거리두기로 진입하고 국민들의 생활 활동이 불안하여 대부분의 모임들이 취소되고 칩거하는 때, '4대 의료악법'을 강행하려는 정부 정책의 부당성을 들고 의료인들 특히 전공의 전임의들의 집단파업과 의학도들의 동맹휴학, 의학 졸업반 학생들의 국시거부로 정부와 의료계 간 팽팽한 기(氣)싸움을 벌이고 있을 시점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우리 심사위원들은 비대면 온라인 심사하기로 하고 긴밀하게 SNS로 수차례 논의, 각기 심사평점을 매기고, 종심에서는 대상과 금상을 두고 고민하였습니다. 에세이문학 전문위원 문윤정 선생님은 문학적 관점에서, 다른 의수협 위원들은 의학도로서 보고 느낀 감성적 경험을 바탕으로 창의적 사고력과 표현력 등을 중점으로 보기로 했습니다.
아쉬운 수상권 탈락 작품 '불면의 밤'은 "의학도 동맹휴학으로 고뇌하는 저자의 상황을 담담하게 기록하여 응모작 중 유일하게 현실감 있는 시대수필로 어필되었지만 공감력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여"(김인호) 수상권에서 벗어났습니다. 영예의 대상작 '연필'은 의학적 주제가 아닌 글이었지만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간결한 제목부터 풀어가는 솜씨까지 하나도 나무랄 데가 없는 수작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환자를 보고 더 많은 고민을 하면서 쓰게 될 글이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조수근)
"작가의 경험에서 터득한 연필과 샤프의 차이에서 '느림의 미학'을 깨달았을 뿐 아니라 그것이 상대되는 개념이 아니고 공존하는 개념이라는 생각을 표현. 무언가를 이루어내기 위해 당장의 삶이 윤택해질 수있는 가치들을 포기하는 것은 또다른 가치를 위한 용감한 투자라고 받아들이며 자신의 속도를 조절하며 삶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하는 인생의 원리를 깨달음. 뿐만 아니라 그것이 스스로 책임지고 결정해야하는 것임을 받아들임. 짜임새 있는 구성과 분명한 논리 그리고 절제된 감정의 표현이 돋보이는 우수작임."(홍영선)
"디지털 세대가 연필에 대한 아날로그 감성을 잘 담아낸 수작이다. 연필을 모티브로 하여 삶의 속도까지 확장하여 본 작가의 시선이 돋보인다. 일상적인 언어가 아닌 문학적인 언어로 써 내려간, 문학성이 뛰어난 작가임에 방점을 찍는다."(문윤정)
"일상의 주제를 탄탄한 구도와 세밀한 분석력이 돋보였고 느림의 미학과 원시안적 삶을 대비하는 저자의 설득력이 수필쓰기 잠재력을 인정받은 작품"(김인호)
금상의 '괜찮아'는 "뇌종양을 진단받고 수술 치료하는 과정에서 느낀 막막한 환자의 심정과 그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의 모습을 담담하게 풀어 냄. 그런 작가의 경험이 본인을 의과대학에 진학하게 된 동기가 되어 자신을 치료해준 교수님과 같은 신경외과 의사가 되리라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는 자전적 수필. 자칫 감정이 넘칠 수 있는 주제를 절제된 언어로 편안하게 풀어낸 우수작."(홍영선)
"'괜찮아'라는 작품은 가독성이 있다. 뇌종양 치료를 받으면서 담당의사가 '의대에 진학하라'는 그 말에 의과대로 진학한 이야기이다. 담당의사와 환자 사이의 교감이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독자들은 감추어진 그 이면을 짐작할 수 있다."(문윤정)
또 한 편 금상의 '서투른 고민'은 "시신기증자 합동 추모식에서의 상념(想念)을 차분한 문장으로 펼쳐나간 자품이다. 시신기증자들의 사라진 시간 속에서 과거의 삶을 유추해보는 작가의 상상력이 눈길을 끈다."(문윤정)
"의학도라면 한 번은 겪는 해부실습실의 충격을 '기증자추도식'에서 기증자 유골함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노부인 유족 그리고 그 시신을 해부 실습한 의대 초년생의 눈에 비친 지난 삶의 족적에 대한 설정이 예사롭지 않다. 감성이 여린 화자가 기증자의 '숭고한 헌신' 앞에서 미래 의사의 길에 대한 순수한 고민을 비교적 담담하게 그려낸 수순이 돋보인 수작"(김인호)
특별상의 '코드개구리'는 의과대학생인 작가는 개구리를 잃은 동네 소년을 위로하고 도와주는 과정에서'코드블루'가 나오면 최선을 다해서 심폐소생술을 하는 의사처럼 진심으로 돕는 과정을 '코드 개구리'로 표현함. 탄탄한 구성과 주제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알 수 있게 하는 함축적 표현이 뛰어남. 다만 구석구석 보이는 상황 설명을 덜어내어 독자가 스스로 느끼게 하면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읽게 되는 간결한 문장이 될 것.(홍영선)
'맞닿은 손은 몇 도 씨'는 "슬프지만 그리고 누구나 겪어야 하는 이별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잘 풀어 쓴 글입니다. 자칫 감정의 과도한 분출이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는데 서사적인 기술이 오히려 더 찡하게 다가오는 글. 좋은 문장들이지만 전체 글에서 꼭 필요하지 않은 부분을 눈물을 머금고라도 잘라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글입니다."(조수근)
'나와 당신의 등대지기'는 "입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심사에서 후한 점수를 주었던 작품입니다. 사색과 관찰의 깊이가 느껴지는 글이었지만 이야기를 구성하는 부분을 조금만 더 다듬었다면 더 좋은 글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저자에게 수상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꾸준히 글쓰기를 계속하라는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조수근)
지면의 한계 때문에 작품 모두 심사평을 게재하지 못하지만 수상하신 작품들 '병 너머, 병을 넘어'(우진강 작), '재수생과 한강'(정재한 작) '집으로'(김보규 작) '알코올 중독의 계보'(김남우 작) '나의 특별한 졸업장'(오연주 작)들은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고 실제 예비심사에서 대부분 상위권이었기에 심사위원들의 고민이 컸습니다. 〈에세이 문학〉 소속 평론가 문윤정 선생님 또한 "작품성이 뛰어나 점수를 매긴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앞으로 수상자 모두 의사 작가로 대성하기를 기원한다."고 학생들을 높이 평가해주었습니다.
1차 예선 응모 작품 중에도 한국의사수필가협회 회원들이 심사숙고 하여 근소한 점수 차로 2차 결선에 탈락된 응모작이 많아 심사위원장으로서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수상에 실패한 응모자들은 용기를 갖고, 의학도로서 틈틈이 수필쓰기에 관심을 갖고 정진하신다면 차기 공모전에서 충분히 인정받고 수상권에 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끝으로 진료 중에 심사에 애쓰신 의수협 회원님들과 종심에 수고하신 심사위원님들께 거듭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의학도 수필공모전' 행사를 준비하고 잘 마무리하신 김애양 회장님 정찬경 총무님과 집행부 임원님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