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이 시사 詩師
너는 절뚝거리는 예언자 가끔은 맞고 자주 기울었다 양팔저울로 별들의 몸무게를 재면서도 하얗게 지우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밀실에서 검게 태어난 너는
투명한 벽지에 나비의 울음소리를 그린다 촛농을 문지르고 흰색으로 덧칠한다 새치 같은 더듬이를 들추고 날개를 들추면 울거나 잠든 네 모습이 보인다
너무 늦게 핀 복사꽃
떨어진 자리마다 발자국이 선명하다 아픈 꽃들은 이별의 방식을 노래한다 실컷 원망하고 떠났던 문장이 내 두 손에서 위치를 바꾸고 또 바꾼다 같은 노래를 다시 듣는 버릇이 생겼다
동어반복의 단서는 어디에도 없다 가루약 같은 권태가 펄펄 흩날리는 것은 부드러운 바람이 잠깐 내 몸을 스쳐 지났기 때문이다 발을 헛디딘 봄바람이 내 왼손을 잡아당긴다
너무 일찍 찾아온 앵무새
너의 부재로 너만 기억하는 바람이 분다 그렇게 계절은 시차를 조정하며 수평을 잡아간다 기우뚱거리는 문장 사이로 저울추 같은 고요가 반짝거린다 운이 좋으면 가운 대신 시스루를 입을 수도 있겠다
▶경기도 의정부·김연종내과의원/2004년 <문학과 경계> 등단/시집 <극락강역> <히스테리증 히포크라테스> 산문집 <닥터 K를 위한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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