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헌법불합치 결정 후속 조치...정부, 연내 관련법 개정 추진
25주 초과 시엔 낙태죄 유지...24주 이내는 사유별로 제한적 허용
정부가 낙태죄 재규정을 위한 입법 작업에 착수했다.
임신 14주 이내는 별다른 절차없이 임신한 여성 본인의 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수 있게 하고, 24주 이내의 경우 사유별로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환자의 요청이 있다하더라도 의사가 개인적 신념에 따라 인공 임신중절을 시행치 않고자 한다면, 그에 따라 진료거부를 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보건복지부와 법무부·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데 따른 후속조치로, 이 같은 입법 작업을 추진키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일단 현재 모자보건법과 형법이 각각 나누어 규정하고 있는 낙태 처벌조항과 허용요건을 형법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기존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요건을 형법에 확대 편입하고, 처벌조항과 허용요건을 형법에 함께 규정함으로써 국가가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문화하는 것이다.
낙태 허용요건은 임신 주수별로 차등화한다.
임신한 여성의 임신유지·출산여부에 관한 결정가능기간은 '임신 24주 이내로'로 설정하고, 이를 다시 '임신 14주 이내'와 '임신 24주 이내'로 구분해 각각의 허용 요건을 차등해 규정했다.
일단 임신 14주 이내에서는 일정한 사유나 상담 등 절차요건 없이 임신한 여성 본인의 의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할 있도록 했다. 임신 여성의 선택권을 전면 보장하는 것이다.
임신 15∼24주 이내에는 의사에 의해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 ▲강간·준강간 등 범죄행위로 인한 임신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 임신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임신의 지속이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임신한 여성을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하거나 처하게 할 우려가 있어 낙태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의 경우 모자버건법이 정한 상담을 받고 24시간 경과 기간을 거치도록 했다.
절차적 허용요건도 새로 규정했다. 안전한 낙태를 위해 현행과 같이 시술자를 의사로 한정하고, '의사가 의학적으로 인정한 방법'으로만 낙태를 할 수 있게 했다. 미프진 등 자연유산 유도약물의 사용 또한 의사의 판단하에 선택할 수 있다.
이때 의사는 시술방법과 후유증, 시술 전·후 준수사항 등을 시술 전 충분히 설명해야 하며, 임부 본인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
의사의 낙태 거부권도 인정한다.
의사가 개인적 신념에 따라 인공임신중절 진료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한 것. 다만 이 경우 의사로 하여금 시술요청 거부 즉시 임신유지 여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임신·출산 상담기관으로 임부를 안내하도록 했다.
정부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규정한 형법·모자보건법·약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오는 20일까지 의견을 받기로 했다. 이후 정부인법안을 국회에 제출, 연내 법 개정이 완료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