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
술잔이 반쯤 혀를 내밀고 눕자
기운 세상이 자리를 편다
온기가 떠난 모서리 끝엔 눈이 내리고
어둠의 높낮이를 재던 밤은
깊은 바닥부터 쓰러진다
기운 것이 기운 것을 조롱하며 넘어진 바닥
낮은 곳에 갇혀버린 술잔엔
빗금 가득 찬 세상이 넘실거린다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린다
얇은 천막이 어깨를 짚어오고
가늘고 얇은 것이
한 겹 세상을 덮어 준다
누군가 술잔에 남아 있는 불빛을 따라 주었고
기울어진 의자는 바닥을 고쳐 앉는다
모서리마다
다시 눈이 내린다
▶ 나라정신건강의학과의원장/2010년 <시현실> 신인상 등단/시집 <엉겅퀴마을> 대전작가회의 회원.<큰시>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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