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살예방협회 "무분별한 자살 보도 자제해야"

한국자살예방협회 "무분별한 자살 보도 자제해야"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0.11.0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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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지선 씨 유서 공개한 일부 언론 무절제·가십 보도 지양을
고인·유가족 예의 지켜야...자살예방법·자살보도 권고기준 준수를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생명존중정신을 이 사회에 구현하며 자살예방을 위하여 홍보·교육·연구와 프로그램 개발사업 및 정책적 제안 등 다양한 조직화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의협신문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생명존중정신을 이 사회에 구현하며 자살예방을 위하여 홍보·교육·연구와 프로그램 개발사업 및 정책적 제안 등 다양한 조직화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의협신문

한국자살예방협회는 방송인 고 박지선 씨의 사망에 대해 일부 언론사들이 무절제하고 가십 성격의 보도를 양산하고 있는 데 대해 자제를 촉구하는 특별 성명을 9일 발표했다.

"고인의 명복과 유가족의 커다른 슬픔에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밝힌 한국자살예방협회는 "개인적·사회적 차원의 비극인 자살을 '단독' 등의 용어를 사용해 주목을 의도하는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며 "(언론은)고인 및 유가족에 대한 예의와 사회적 차원의 추후 방지책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해 달라"고 부탁했다.

자살예방협회는 ''자살 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과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한 주요 기자단체가 만든 '자살보도에 대한 권고기준'에 입각, 자살보도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자살 예방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무절제한 언론보도로 인한 '모방 자살'의 위험성도 우려했다.

자살예방협회는 "'자살보도에 대한 권고기준'은 고인과 유가족의 명예와 사생활을 보호하려는 목적과 더불어 '모방 자살'을 포함한 추가적·부정적 결과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이 있다"며 "자살보도에 대한 권고기준 발표 이후 희생자에 관한 무분별한 신상털기, 사생활에 관한 흥미 위주의 추측성 보도, 자극적이고 과장된 내용의 기사 작성 등 언론의 관행은 명확히 개선됐지만 여전히 일부 언론사들은 '단독'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무분별한 보도로 사회적 파문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족에 대한 철저한 사생활 보호도 촉구했다.

자살예방협회는 "유가족은 가족의 자살이라는 엄청난 비극을 겪었을 뿐 아니라 사건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 등 가늠하기 어려운 힘든 정신적 고통을 경험한다"면서 "고인의 인격은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호해야 하며, 인력을 침해하거나 비밀을 노출하는 보도는 법적·윤리적으로 용납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유서는 고인과 유가족의 비밀이자 반드시 보호받아야 할 사적 영역"이라고 밝힌 자살예방협회는 "이는 인권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유서내용의 공개는 자살 행동을 미화할 수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 대안 중 하나로 오인하게 하는 결과를 낳아 모방 자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살예방협회는 "미성숙한 보도행태는 자살 예방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다수의 사회구성원과 범정부적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부정적 결과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사실에 관한 공식적 발표, 당사자의 삶에 관한 사회적 애도와 추모, 취약한 대상을 위한 자살예방정보 제공 등에 한정해 보다 성숙된 보도 행태를 갖춰 달라"고 요청했다.

자살률 감소를 위한 대중의 역할도 당부했다.

SNS·블로그·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다양한 가십과 유언비어를 재생산하거나 개인·사회적 차원의 비극인 자살을 희화화 하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부탁했다.

한편, 정부와 국회는 2011년 자살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책무와 예방 정책을 규정한 '자살 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을 제정,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고 생명존중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자살예방법 제7조에서는 국가는 자살예방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5년 마다 자살예방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제9조에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특별시·광역시·도·특별자치도별 시행계획을 조정, 이행 상황을 점검하도록 명시했다. 아울러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자살예방을 위한 서비스 욕구·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5년마다 자살실태조사를 실시, 결과를 발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자살보도 권고 기준 3.0]

■ 전문
자살보도에는 사회적 책임이 따릅니다. 

[자살보도 권고 기준 3.0]은 자살보도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언론과 개인이 자살예방에 동참할 것을 권유하고자 마련한 기준입니다. 이 기준은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를 포함한 모든 미디어와 경찰과 소방 등 국가기관, 그리고 개인의 사회 관계망 서비스 계정(SNS),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유의 해야 하는 기준입니다.

잘못된 자살보도는 사람을 죽게 할 수도 있습니다. 
자살보도는 모방자살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자살의 동기나 방법, 도구, 구체적인 장소 등을 보도하면 막연하게 자살을 고민하던 사람들에게 동일하거나 유사한 방법 또는 장소에서 자살을 실행하도록 부추길 수 있습니다. 자살 원인을 단정하는 보도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자살을 하나의 대안으로 선택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유명인의 자살보도는 파급효과가 크므로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자살보도 방식을 바꾸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 2.0] 발표 이후 언론의 자살보도 방식이 변화하면서 자살률은 꾸준히 감소하였습니다.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이나 활동을 소개하면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자살보도 권고 기준 3.0]
1. 기사 제목에'자살'이나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 대신'사망','숨지다' 등의 표현을 사용합니다. 

2. 구체적인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않습니다. 

3. 자살과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은 모방자살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유의해서 사용합니다. 

4. 자살을 미화하거나 합리화하지 말고, 자살로 발생하는 부정적인 결과와 자살예방 정보를 제공합니다. 

5.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에는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합니다.

※ 유명인 자살보도를 할 때 이 기준은 더욱 엄격하게 준수해야 합니다.

출처: 한국기자협회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연락하면 자살 예방 정보 및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자살예방 전문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 1577-0199 
학교폭력 예방교육 및 전화·문자 상담 117 www.safe182.go.kr 
보건복지상담센터 희망의 전화 129 www.129.go.kr 
청소년 가출·학업중단·인터넷 중독·고민 상담(청소년 사이버상담센터) 1388 www.cyber1388.kr 
병영생활 고충상담·군범죄·성폭력 신고·상담(국방헬프콜) 1303 helpcall.mind.mil.kr
중앙자살예방센터 02-2203-0053 www.spckorea.or.kr 
중앙심리부검센터 02-555-1095 www.psyaut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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