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조치 강화 '면회금지' 장기화...우울증 호소
SNS·반려견 인형·환자-보호자 영상통화 등 아이디어
정년 퇴직 후 귀촌한 60대 중반의 전직 교장 A씨는 며칠 전 모친이 입원하고 있는 요양병원 직원으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요양병원 측은 "식사량은 많지 않지만, 간식 잘 챙겨 드시고, 표정도 밝으십니다"는 메시지와 함께 A씨 모친의 사진 대여섯 장을 함께 올렸다.
A씨는 "자주 찾아뵐 수 없어 답답하고 안타깝지만 SNS상으로라도 어머니를 대할 수 있어 반가웠다"며 요양병원 측의 배려에 고마움을 표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3월부터 방역조치가 강화되고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면회금지 조치가 장기화 되면서 환자들은 물론 보호자들도 코로나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다.
부산광역시 서면 도심에 위치한 온요양병원(병원장 김동헌)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서 환자와 가족의 마음을 추스르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온요양병원은 3년 전 개원하면서 자주 면회를 오지 못하는 가족들을 위해 '안심샷'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입원환자의 근황을 담은 사진을 SNS를 통해 보내는 '안심샷' 프로그램은 면회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코로나19 상황에 안성맞춤이다.
온요양병원은 스마트폰 영상 통화 기능을 활용, 환자와 보호자간 영상통화를 연결해 주기도 한다.
거동이 불편해 혼자 전화조차 걸 수 없는 B씨는 온요양병원 직원의 도움을 받아 최근 서울에 거주하는 자식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온요양병원 관계자는 "대개 고령이고, 청력과 인지 기능이 떨어져 소통하기조차 쉽지 않지만 화면 속 그리운 얼굴을 대하는 것만으로도 환자들에게는 많은 위안이 되고 있다"고 귀뜸했다.
온요양병원은 최근 반려견(?) 두 마리를 아예 병동에 들였다. 비록 반려견을 쏙 빼 닮은 인형이지만 '온달이'와 '평강이'라는 귀여운 이름까지 붙였다. 비록 짖지도 못하지만 어르신 환자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
온요양병원은 노인 환자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 추억의 옛 물건들을 한데 모아 '추억의 박물관'을 설치했다. 입원환자들은 곰방대·화로·콩나물 시루·브라운관 텔레비전·재봉틀 등 추억의 물건들을 보면서 추억을 소환하기도 한다.
김동헌 온요양병원장은 "최근 코로나 19가 장기화하면서 고령의 요양병원 입원환자들이 오랫동안 가족들을 만나지 못해 갑갑해하거나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비록 짖지 않고 움직이지 못하지만, 어르신환자들에겐 '온달이'나 '평강이'와 소통하는 데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온달이'를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작은 치유가 이뤄지는 듯해서 고맙기조차 하다"며 "앞으로도 고령 환자들의 심리적 안정에 도움되는 갖가지 프로그램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