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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마지막날 누구에게 고마웠다 말할 사람 있을까?
[신간] 마지막날 누구에게 고마웠다 말할 사람 있을까?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0.11.1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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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병은 지음/스토리한마당 펴냄/1만 5000원

늘 이웃 곁에 머무는 동네의사 곽병은 원장(강원 원주·밝음의원)이 첫 시집 <마지막날 누구에게 고마웠다 말할 사람 있을까>를 상재했다.

그는 삶은 봉사다. 1991년 원주 외곡 대안리에 '갈거리사랑촌'을 시작으로, 무료급식소 '십시일반', 노숙인 관련 시설 '원주노숙인센터', 무주택 독거 할머니를 위한 '봉산동 할머니 집' 등을 설립하고 운영했다. 2016년 갈거리사랑촌을 은퇴하고 복지형 신용협동조합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밝음의원' 원장을 맡고 있다. 세상은 그의 선한 마음에 대구가톨릭사회봉사대상(2000)·원주시민대상(2001)·보령의료봉사상 대상·대한민국 인권상(2006)·동곡상(2012)·아산상(2013) 등으로 보답했다.

일기로 쓴 시. 이번 시집에는 그의 삶 속 진료·봉사·성당·여행·원주천·지역사회 등과 얽힌 수많은 시간이 녹아 있다.

▲나와 가족 ▲대안리 시골 ▲여행 ▲원주천 ▲봉사 ▲병원과 지역사회 등으로 나눠 언제나 사람과 함께 있었던 추억을 되새긴다.

"일기 쓰기는 자신과의 대화이면서 고독과 고통으로부터의 탈출구였다. 일기에서 발전한 시는 여러 시공의 다른 나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벌거숭이가 됐다. 부끄럽지는 않다. 세상에 어디 못난 삶이 있던가. 더 자신을 사랑할뿐이다."

운명적으로 주어진 고독과 괴로움을 안고 나는 누구인가, 인생은 무엇인가를 찾으며 살아온 그에게 일기 쓰기는 고독과 괴로움의 기록이고 탈출구였다. 거친 번뇌를 관통한 옹근 삶이 그대로 시가 됐다.

문혜영 시인은 "그의 시 속에는 자신이 살아온 세월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너무나 솔직해 시집을 읽는 동안 그의 생을 다 엿본 것만 같다. 매일 바라본다는 치악산의 안개가 감돌고, 원주천의 뭇 생명이 살고 있다. 가족과 일에 대한 사랑이 넘쳐 흐르고, 한평생 외롭고 차별받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친구가 되어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며 살아온 삶의 흔적이 다 들어있다. 그 넉넉한 품이 성자와 같다"고 말한다.

한국 유학계 석학 금장태 서울대 명예교수(종교학)는 "시인의 사랑에 넘치는 삶이 한없이 부럽다. 그래서 그 삶이 그대로 녹아 든 시 속에 빠져 흠뻑 취했다. 작품과 인격은 별개라 하지만, 나는 그의 삶이 그대로 담긴 시를 읽으며 깊은 감동을 받았고, 그래서 내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그는 기교로 다듬어진 말만 하는 시인이 아니다. 봉사와 헌신과 사랑을 온몸으로 실천하고, 그 외길로 평생을 살아가는 시인"이라고 명토박았다.

'버려야 가벼워진다'는 그에게 돋을새김이 된다. 늘 비우는 삶이다. 그리고 글과 글씨 쓰는 것으로, 소외된 이들에게 전하는 사랑으로, 진료와 봉사에 대한 열정으로 다시 빈 곳을 채운다.

그동안 펴낸 책이 여럿이다. 대학원 사회복지 공부 시절 학우들과 인터넷에서 주고받은 글모임 <복사골 이야기>, 아버님 돌아가시고 3년간 아버님께 썼던 편지를 모은 <그리운 아버님>, 아침저녁 원주천을 걸으며 아름다운 모습을 찍었던 사진집 <내 사랑 원주천>, 부부의원을 하면서 써두었던 일기 <140만 그릇의 밥>, 지역신문에 냈던 글과 틈틈이 썼던 수필을 모은 <갈대는 무게가 없다>에 이번 시집까지….」,

"문학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이가 자꾸 책을 내놓는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무식하면 용감하다."

시작(詩作)에 대한 겸양의 독백은 그의 삶과 어우러져 감동의 깊이를 더한다(☎ 033-744-7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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