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 보리라
태초에
그대 이마를 적시던 한 줄기 빛을
기억하는가
이 세상 울며 왔던 그대
젖 먹던 유년에서 노년까지
때론 웃고 때론 울며
구절구절 고유한 서사를 엮어
역사에 한 편 스토리를 남겼네
사람의 집들에 불 들어오듯
예사로이 저녁은 온다지만
오늘은 전혀 예사롭지가 않네
그대 질그릇에 금이 가고
은구슬 산산이 흩어지는 날
드디어 임종 앞에 선 그대
가서 보리라
이 세상 모든 일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 인제대 명예교수(흉부외과)/온천 사랑의요양병원장/<미네르바>(2006) 등단/시집 <때론 너무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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