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참여 전제한 모집 형태될 것" 강제동원 부인
서울대병원 외 34개 전공의 대표자 '아랫돌 빼 윗돌 괴기'
전공의 강제 투입 논란과 관련, 보건복지부가 "강제 동원을 언급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정부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의료인 인력난 문제가 지속 제기되면서 대책 중 하나로 전공의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공의들이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복지부에서 전문의 시험면제를 조건으로 레지던트 3, 4년차를 코로나19 대응업무에 강제 동원하겠다는 내용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인력관리팀은 15일 보도설명자료에서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자료에서 "현재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지원되는 의료인력은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사협회 등을 통해 자발적 모집, 코로나19 전담병상·중환자병상 등에 파견 중"이라면서 "코로나19를 위한 민간 의사인력 확보는 대한의사협회 '재난의료지원팀'을 통해 자발적인 참여로 모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의 시험 면제 역시 병원계 간담회 등에서 나온 '코로나19 중환자 치료를 위한 병원 의료인력 운영의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해 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상종병원들이 일반 중환자를 치료하면서 늘어나는 코로나중환자도 치료하느라 병원 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21.1~2월에 예정된 전문의 시험 준비로 인력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이 병원장간담회에서 제기됐다"고 덧붙였다.
전공의들 "코로나19 투입돼도, 총 의료인력은 변함없을 것…왜? 지금도 하고 있으니까!"
전공의들은 코로나19 방역에 전공의 인력이 투입되더라도 의료진의 총 인원은 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각 전공의가 수련 병원 방침에 따라 이미 직·간접적으로 코로나19 관련 의료행위에 종사 중이므로, 전공의 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와 같다는 것.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협의회 외 34개 병원 전공의 대표자 일동은 14일 성명을 통해 위와 같이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전문의 자격 시험 면제는 '혜택'이 아니며 병원 인사권·진료권 침해 소지 다분하다고도 비판했다.
전공의들은 "급박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방역을 총괄하는 정부 당국의 충분한 의료진 확보를 원하는 심정도 그 누구보다 이해가 간다"면서도 "다만, 해당 방안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 전공의를 동원해 코로나 전선에 투입하더라도 총 의료인의 수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전문의 시험 면제는 '혜택'이 아니며 오히려 전공의의 책무 중 한 가지인 '수련'을 도외시한 발언이라는 지적도 이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역시 앞서 14일 성명을 통해 "우린 노예가 아니다" 라며 전공의 인력 차출에 대한 강한 거부 입장을 밝히는 한편, 의대생 국시 면제 및 코로나19 방역 투입 고려를 제안한 바 있다.
전공의들은 "전문의 시험 면제를 내건 정부의 행위는 의학이라는 분과학문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특히 공공병상이 턱없이 부족한 대한민국의 의료 현실에서 전공의를 동원한다는 것은 인력 운용에 대한 인건비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소속 병원의 인사권과 진료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봤다.
이어 "우리는 제대로 된 과정에서 수련을 받고 공부한 올바른 전문의가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정부의 의도에 맞춰 타협하고 거래하기 위해 환자와 국민들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검증된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저버릴 수는 없다"면서 "전공의 동원이 이뤄지고 이에 대한 보답으로 전문의 시험 면제를 운운하는 것은 수십 년에 걸쳐 정착된 정당한 노력으로 공정하게 이뤄져야 할 전문가 양성 과정조차 목적 앞에 굴종하는 셈"이라고 항의했다.
끝으로 "전공의들은 정부의 이번 전공의 동원 대책 움직임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며 "대신 여론에 휘둘리지 않는 현실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를 재차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