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말없이 등을 기대고

[신간] 말없이 등을 기대고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0.12.22 16:5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사수필동인 박달회 지음/도서출판 지누 펴냄/1만 2000원

밥 한 번 함께 먹기 힘든 세상이다. 이런 삶으로 어느새 한 해를 보낸다. 말없이 등을 기대고 잔잔한 위로와 따뜻한 말 한마디가 너무 그립다.

의사수필동인 박달회의 마흔 일곱번째 작품집 <말없이 등을 기대고>가 출간됐다.

모두 14명의 동인이 참여한 작품집에 담긴 글들은 그대로 위로와 희망이 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속 의사들의 눈에 비친 세상과 소소한 일상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정준기 회장은 서문에서 작품집을 채운 회원들의 글을 일일이 갈무리하며 소회를 이어간다. 그리고 그들의 문학적 열정과 역량, 삶 속에 밴 성찰들에 경의를 보낸다.

해마다 한 권씩 두께를 더해 세월 또한 벌써 47년이 흘렀다. 글로 뭉쳐 마음을 나누고 서로에게 등을 기댄 시간이다.

다양한 색깔을 입힌 글들이 인연의 깊이를 더한다. 고이 간직한 그리움은 일년에 한 번 책 속에 펼쳐지고 다시 삶이 된다.

이번 작품집에는 ▲홍지헌(밥 한 번 같이 먹자/말없이 등을 기대고) ▲채종일(꼰대/코로나 단상) ▲유형준(이름을 걸고/한 줄의 묵언) ▲이상구(Sally냐? Murphy냐?/버킷리스트) ▲이헌영(왕관을 닮은 폭탄/공자가 무섭다) ▲정준기(어깨동무/지나간 과거 바꾸기) ▲김숙희(2020년, 일상이 변했다) ▲박문일(결자해지/멈춘 공간의 추억) ▲박종훈(밥이 중요해/어머니, 우리들의 어머니) ▲홍순기(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자기만의 방) ▲양훈식(꿈! 삼 년이 지나면/만년필에 Ink를 처음 넣을 때) ▲양은주(가을꽃/기다림 망각) ▲한광수(내 생애 마지막 운전면허/반려인의 다짐) ▲최종욱(감봉/화단/테스형!) 등 스물 여덟 편의 단상이 차려졌다.

첫 자리는 홍지헌 원장(서울 강서·연세이비인후과)의 시 '밥 한 번 같이 먹자'가 차지했다.

밥 한 번 같이 먹자

지방 동창회에서 반갑게 만난 친구가/밥 한 번 먹자고 했다/부부 동반으로 만나자고 했다/빈말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다/좋다고 맞장구쳤지만/멀리 지방에 사는 친구와/부부 약속을 잡는 것이/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호의만은 잊지 말자고 다짐했지만/몇 달이 지나도록 미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밥 한 번 같이 먹자는 말이/밥만 같이 먹자는 말도/한 번만 먹자는 말도 아닌 것을 알겠다/빈 말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을 때/친구는 이미 알고/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왔던 것은 아닐까(2020. 2. 4)

내년에는 정말 밥 한 번 같이 먹을 수 있을까(☎ 02-3272-2052).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