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의 민낯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의 민낯

  • 박성태 헌정회 고문(12대 국회의원·의협 고문)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12.27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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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시대 언론·정치·경제 변혁

박성태 헌정회 고문(12대 국회의원·대한의사협회 고문) ⓒ의협신문
박성태 헌정회 고문(12대 국회의원·대한의사협회 고문) ⓒ의협신문 김선경

과거와 달리 지금은 객관적 사실보다 편향된 신념이 뉴스를 지배하고 여론형성을 주도하는 '탈 진실시대(post-truth)'에 들어섰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통계에 의하면 종이신문 이용률은 2.5∼16.7%로 바닥 이다. 반면 유튜브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이용률은 47.1%에 달한다. 연령별 모바일 인터넷 뉴스 이용률은 20대 95.4%로 절대적이고, 60대 이상도 44.3%로 집계됐다.

과거 언론과 방송의 민주화 운동은 권력으로부터 독립 언론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권력에 종속되거나, 권력과 같이 가거나, 권력을 만들고 지켜주는 방호 언론으로 바뀌어 버렸다. 

이상적인 정치인은 시민의 입장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제는 시민에게 "편들어 달라"는 정치를 하고 있다. 이렇게 정치인이 대중을 선동하고, 개인의 사익을 챙기는 맹신적 '팬덤정치'가 하나의 정치 플랫폼이 되고 있다. 팬덤정치의 등장으로 인해 이념이나 정책이 아니라 팬객체를 위해서라면 당이고 뭐고 중요하지 않다. 팬점정치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욕망이며, 자신의 쾌락이다. 

조국 사태는 정당정치의 문법이 아닌 극명한 팬덤정치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 멋진 남자나 잘생긴 남자를 '이케맨(イケメン)'이라고 한다. 이 '이케맨'이 바로 조국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역시 이케맨인줄 알고 뽑았는데 자신들의 상상계(Imaginary)를 파괴하고, 이상적인 자아인 조국을 날려버린 것이다.

금융시장을 뒤흔든 사모펀드 신드롬은 2020년 대한민국 금융의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조국 사태는 사모펀드 플레이어들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케이스 스터디이자 블루펀드와 함께 가장 짜릿한 도박 사건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586 정치엘리트가 득세하는 현실정치 속에 정의가 무너지고, 공정이 사라지고, 평등이 망가지는 모습들과 직면하고 있다. 586 정치엘리트는 NL(민족해방)과 PD(민중민주)의 두 흐름을 거쳐 새로운 보수세력이 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꿈을 계승하겠다는 의식은 사라지고, 원한과 피해의식 속에 기득권과 정권을 유지하는데 집착하고 있다. 과거 386세대는 노동자와 농민을 대변한다는 자의식을 바탕으로 운동권과 결합했지만, 586 정치엘리트들은 강남에 아파트를 보유함으로써 과거 보수세력과 다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자리에 도달하기 위해 보수세력과 같은 방법을 썼다. 조국의 반칙을 반칙으로 여기지 않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겉으로는 무너진 정의와 공정 회복을 외치고, 구(舊) 적폐세력을 청산하겠다면서도 과거 보수세력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 정의와 사회 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기존 권력자들보다 더 부패한 사건들로 인해 진보의 이미지를 망치고 있다. 

민주주의는 사라졌으며, 촛불 세력이 기대한 개혁도 지지부진하다. 그나마 기대를 건 남북관계도 악화된 상태이며, 문재인 대통령 마저 조국 전 장관 사태에 대해 내편과 네편을 가르고, 상대방을 비난하고 있다. 상식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트라우마가 정치산물로 등장했다.

지난 총선의 의미는 586세대가 주류로 부상하면서 쐐기를 박았고, 한국 사회의 주류가 산업화 세력에서 정보화와 민주화 세력으로 교체됐음을 의미한다. 386세대인 신보수들이 산업화 세력의 자리를 꿰찼으며, 사회적·경제적·정치적 기득권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학생운동 출신들은 정치권은 물론 벤처·인터넷기업·대기업 IT분야에서 활약하면서 새로운 생산과 소비의 주체로 부상했다. 경제의 토대를 쥐고 있으니 비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보수세력들은 586 세대에 대해 "니들 돈 벌어 본 적 있어?" 하고 묻지만 586 세대는 "그건 옛날 얘기에요! 당신들 지금 돈 벌고 있어?"로 바뀌어 버렸다. 

대미외교의 황폐화…파탄 직전의 한미 동맹

전시 작전권 이양 및 종전 선언을 둘러싸고 한미간 충돌이 벌어졌다. 2020년 10월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던 한미안보협의회(SCM)의 핵심적인 논의 주제는 전시 작전권 이양 문제였다. 한국은 무조건적 전시 작전권 이양을 요구했고, 미국은 "확고한 방위태세 준비 없는 이양은 불가"라면서 결렬로 마무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3일 유엔총회 화상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에서 전쟁 종식을 강조하면서 "한반도 평화 시작은 한반도 종전선언뿐"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져야 종전선언이 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지난 10월 12일 이수혁 주미대사는 화상으로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이 70년 전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향후 70년도 미국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국익이 되어야 미국을 선택할 것이다. 지난 70년 동안 맺었다고 앞으로 70년도 동맹을 맺어야 한다는 것은 미국에 대한 모욕이다"라고 말해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이러한 탈미(脫美) 친중(親中) 정책은 비밀이 아닌 현 정권의 공공연한 뜻과 방향이다. 

한국은 과연 미국의 동맹국인가? 질문의 답은 '동맹인듯 동맹 아닌듯한 동맹 같은 나라'이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 10월 20일 미국의 대중(對中)정책에 함께 할 협력국가로 QUAD(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협력체)와 아시아의 10개국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한국을 빼버린 사태가 발생했다. 즉 핵심 협력국으로 뉴질랜드·베트남·인도네시아·싱가포르·태국·몽골·대만·팔라우·동티모르·몰타 등 10개국을 거명했는 데 이 명단에서 정작 혈맹이라는 한국이 빠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중국간 균형외교를 주장하면서 '외교적 줄타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문재인 정부의 소위 '실용적 접근'이란 전략적 모호성을 탈미(脫美) 친중(親中) 노선으로 판단, 동맹으로부터의 이탈로 보고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한국 패스로 한미동맹 위기를 자초하고 만 셈이다.

한국은 지금 미국이 요구하는 반중 이슈에 대해 사사건건 태클을 걸고 있다. 다자 안보협의체인 쿼드 참여를 거부한 데 이어 중국 IT기업을 배제하는 '클린 네트워크'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검토해 봐야 한다"며 거부 입장을 보였다.

미국이 주도적으로 반중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외교적 중립' 혹은 '적당한 중간'이란 회색지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분명한 입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슬픈 민낯의 면면을 살펴보면서 아래의 경구(警句)를 떠올려본다. "불의가 법이 될 때 저항은 의무가 된다"(토마스 제퍼슨, 1743-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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