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브라더가 다 들여다 본다

빅브라더가 다 들여다 본다

  •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1.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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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2020년 12월 31일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비급여관리강화 종합대책(이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대책은 ▲합리적인 비급여 이용 촉진 ▲적정 비급여 공급기반 마련 ▲비급여 표준화 등 효율적 관리기반 구축 ▲비급여관리 거버넌스 협력 강화 등 총 4개 분야의 12개 주요 추진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비급여관리 혁신, 국민 중심 의료보장 실현"을 기치로 내건 이 '대책'이라는 것을 보면 듣기 좋은 말의 성찬처럼 보이지만 한 마디로 비급여도 국가가 통제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보건복지부는 종합대책의 배경으로 "가격과 제공기준 등이 정해져 있는 급여와 달리 의료제공자가 가격을 정하고 이용자가 이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제공됨에 따라 의료인의 적정한 의료 제공과 환자의 합리적인 의료이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관리 기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의료제공자, 곧 의사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정하고 의료소비자는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전제를 깔고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의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적정한 가격이라 볼 수 없으므로 환자의 합리적인 의료이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국가가 나서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가 합리적인 가격인가? 그리고 그건 누가 판단하는가? 사실 가장 합리적인 가격이 어떤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누가 판단할 문제도 아니다. 그래서 시장에 맡기는 게 가장 합리적이다. 의료소비자 스스로 각자가 알아서 판단하게 하는 것이다. 비급여 진료의 가격정보가 이미 미리 제공되고 있으니 소비자가 얼마든지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것을 국가가 나서겠다고 하는 것은 의료소비자들을 바보로 취급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발상이다. 이는 결국 관료가 판단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물론 어떤 기구나 위원회를 앞세우겠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진료상 필요한 비급여 진료의 항목·가격을 환자가 사전에 인지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진료 전에 설명하는 '비급여 사전설명제도'를 시행한다는 대목도 실소를 금할 수 없게 한다. 이는 이미 시행 중이이기도 하지만 그런 조항이 없어도 비급여 진료에 대해 사전 설명을 하고 동의를 구하지 않는 의료기관이 어디 있는가. 참으로 어이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비급여에 대해 진료비용 관련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에 관한 사항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일일이 보고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올해 6월 30일부터 시행되는데 '비급여의 현황과 규모 파악 등 체계적인 관리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현황과 규모 등을 파악하려는 목적이라면 당연히 정부가 조사를 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지 왜 의료기관이 그런 것까지 보고해야 한단 말인가. 이는 행정편의주의를 넘어 의사를 욕보이는 것이다. '체계적인 관리기반 마련'이란 곧 의사와 의료기관을 옥죄려는 것인데 왜 의사들이 보고의 강요를 감수해야 하는가. 
"의료기관마다 상이한 비급여의 명칭과 코드를 진료비용 공개 항목 등 관리 가능한 항목 중심으로 명칭 및 코드 표준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대목 역시 어불성설이다. 이미 의학적 인정을 받은 비급여에 무슨 획일적 명칭이나 코드가 필요한가. 

물론 의료에 있어 표준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일반화된 진료의 경우이지 새로 개발되는 진료에는 가능하지 않다. 그것을 강제한다면 의료는 규격화의 틀 속에 갇혀 진화나 발전의 길이 막히게 될 것이다.

실손의료보험이 국민의료비 부담 경감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공·사 의료보험제도 간 연계·협력도 추진한다고 하는데, 아직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 않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목적이 무엇인지는 빤히 내다보인다. 의료소비의 억제 아니겠는가. 이래저래 의료를 압박하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개인정보보호는 계속 강화되어 왔다. 의료에 대한 개인정보는 다른 어떤 것보다 보호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그걸 의료기관으로부터 보고받아 집약하겠다고 한다. 

만일 그 집약된 정보가 악용된다면? 어떤 면에서 정부의 집약 그 자체로 큰 문제다. 나아가 비급여라는 사적 거래를 다 들여다보겠다고 한다. 조지 오웰 소설 <1984년>의 빅브라더가 우리 사회에 현실로 등장하고 있다. 법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자유가 억압되어도 그걸 위험하게 여기지 않는 현실이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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