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그러워 둥그러워진 달이야,란 말을 들었다
둥그러워 둥그러워진 달이야,란 말을 들었다
10월의 밤
당신이 당신의 이름을 얻은 후 육십 번째의 해와 달,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그 밤의 풍경을 따라가다가 풍경이 닿아 있는 찾집의 테라스에 모여 앉는다 당신을 위해 푼돈처럼 숨겨놓은 말을 호주머니에서 꺼내기 시작한다 당신의 나이를 혀에 올려놓은 횟수 만큼
그런데 저건 에드벌룬이야? 달이야?
너무 낮게 떠 있어
너무 붉어
당신은 달뜬 찻잔을 오랫동안 들고 있다
구름이 소멸한 바다에 동그라미 하나 띄우는 것처럼
당신은 당신의 달을 걱정하는 말을 하고
둥그러워 둥그러워진 달이야,란 말을 들었다
군더더기 없이 둥근 것을 묘사할수록 기분은 좋아져
달은 낮게 있어서 붉어지는 거고
높이 떠 있을수록 밝아지는 거고
자꾸만 달이란 마리 찻잔 위에 올라왔다
모두 자신의 달을 호호 불어내며
가을에 구부러진 말을 펴고 있다
달 하나씩 들이마시고 있다
▶분당 야베스가정의학과의원장. 2012년 <발견> 신인상으로 등단/시집 <오래된 말> <기다리는 게 버릇이 되었다> <그가 들으시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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