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들병원 "서울시 지정하면서 공문 한 장 안 보내"

미소들병원 "서울시 지정하면서 공문 한 장 안 보내"

  • 김영숙 기자 kimys@doctorsnews.co.kr
  • 승인 2021.01.2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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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감염병 전담요양병원 지정하면서 병원 동의없이 중수본 요청
의료진 떠나고 내부 반발... 느루요양·강남구립행복요양 병원도 '진통'
지자체 격리 해제자 병상 확보 행정명령에 요양병원들 반발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코로나19 감염병 전담요양병원 지정 등과 관련, 서울시의 소통부족에 대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본지가 15일 보도(정부도 안한 감염병전담병원 강제지정을 서울시가?)한 감염병 전담요양병원 강제지정 움직임과 관련, 서울시는 현재까지  해당병원에 지정 사실을 알리는 공문 한 장 보내지 않은 채 병원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중앙사고수습본부에 전담병원으로 지정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수본은 지난해 12월 요양병원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한 7개 시도를 대상으로 감염병 전담요양병원 지정을 추진했다. 중수본은 각 지자체가 지정요청한 11개 기관을 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경우 중수본에 3곳의 전담요양병원을 지정요청하면서 민간병원인 미소들병원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미소들병원은 코로나 확진환자가 다수 발생, 지난 한 달간 코호트 격리됐다. 병원 직원들은 한 달 가까이 가족과 떨어져 검사와 이송, 미화까지 모두 담당하면서 극심한 피로감과 불안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전담요양병원 지정 소식을 듣고 의료진을 비롯해 모든 직원들이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혼란에 빠졌다.

병원 관계자는 "코호트 상황 중 감염관리 계획서를  제출해 완치 후 격리해제된 환자 위주로 진료를 준비중이었으나 서울시는 병원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전담병원 지정을) 결정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특히 민간병원으로 유일하게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된 미소들병원은 20일 현재까지 서울시로부터 지정 사실조차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로부터 미소들병원의 지정을 요청받은 중수본은 5일 지정사실을 서울시에 통보하고, 1월 25일부터 환자 입원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 사실을 미소들병원에 알리지 않았다. 미소들병원은 열흘 후인 15일에야 뒤늦게 지정 사실을 알고 서울시에  항의했으나 지정 공문 조차 받지 못했다는 것. .

중수본은 지정병원 1순위를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한 요양병원, 2순위를 공립요양병원, 3순위를 시설·장비 및 인력 확보 상황·주변 여건을 정해 7개 시도에 전담요양병원 지정요청을 한 바 있다.

미소들병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요양병원에 해당, 서울시가 지정요청 대상으로 정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병원측은 1월 중순 확진환자가 1∼2명 나오는 정도임을 감안하지 않았으며, 지정에 앞서 최소한 동의를 구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영복 미소들병원장은 "억지로 지정된다 해도 감당할 능력이 안된다. 직원들이 모두 병원을 떠나겠다고 한다"며 "병원이 원하지 않고, 이미 코호트격리로 많은 직원이 감염됐다. 번아웃인 상태에서 강제지정은 침몰하는 배에 포탄을 터뜨리는 것과 같다"며 난감해 했다.
 
전담병원 지정을 자원해 서울시 1호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된 느루요양병원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요양병원 관계자는 "중수본에서 느루요양병원에 간호사 등 의료인력을 파견했으나 병원장 외에 의사들이 모두 사직하면서 곤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 역시 내부 직원들이 동요하고, 지역주민까지 반발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요양병원들도 격리해제자를 위한 병상 확보 명령에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18일 100병상 이상 요양병원에 격리해제자를 위한 병상을 확보하도록 하는 행정명령 공문을 보냈다. 100병상 이상 요양병원에 허가 병상의 1%, 최대 3병상의 격리해제자 병상을 확보하도록 명령한 것.

요양병원들은 공립요양병원이 있음에도 민간 요양병원에 병상을 강제로 확보토록 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입장이다.

중대본은 20일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일반요양병원에서 치료가 끝난 격리해제자의 입원을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격리해제 절차를 마련하고, 보건소가 시·도 방역담당관 및 요양병원과 소통채널을 구축하여 입원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밝혔지만 현장은 혼란스런 상황이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 "미소들병원과 사전에 이야기된 것은 아니다"고 인정하면서도 요양병원 감염자들을 일반 전담병원에서 케어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이해해 달라는 입장이다.
중수본이 12월에 시·도에 지정병원을 요청했으나 서울시는 당시 지원하는 곳이 한 곳도 없었으며, 중수본의 지정 우선순위에 따라 코로나 환자가 대량 발생한 미소들병원, 공립요양병원인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 그리고 자원을 한 느루병원을 지정한 것이라고 지정 배경을 설명했다.
윤보영 보건의료과장은 " 병원을 설득하고, 진행해야 할 사항이다"며 의료진등의 집단 사직과 관련해서는 의사, 간호사, 간병인등을 지원해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방적인 감염병 전담요양병원 지정에 이어 요양병원 격리 해제자 병상 확보 행정명령으로 요양병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대한요양병원협회는 21일 서울시와 긴급간담회를 열어 해결책을 모색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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