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②]코로나19 대응 문제점과 개선 전략

[진단②]코로나19 대응 문제점과 개선 전략

  • 마상혁 경남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창원 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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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염병 대응 현장을 중심으로 -

마상혁 경남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창원 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마상혁 경남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창원 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2019년 12월, 원인 미상의 폐렴이 중국에서 발생했다. 2020년 1월 20일 우리나라에 첫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자 방역당국은 비상 상황을 선언하고  대응에 나섰다.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등 혹독한 학습 이후에도 한국의 공(公) 조직은 이렇다 할 감염병 대응 전략과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보건소 직원들은 코로나19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민원전화를 받았고, 1339는 불통이 됐다.

감염병 대응 전략과 체계가 없다 보니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특히 지자체 공조직의 대처 능력은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끼게 한다. 코로나19 유행 1년이 지나도록 위기 상황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여전히 미숙하고, 원칙마저 흔들리고 있다.

'숙박 대전' 코로나19 확산…전문가 배제한 정치 방역

2020년 2월 대구, 8월 말 유행에 이어 12월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3차 유행이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초기에 중국에서 오는 사람들의 입국을 금지했더라면 대규모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코로나19 초기부터 입국을 제한한 베트남·대만과 비교하면 이해할 수 있다.

8월과 12월 확산은 사람들의 접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방역 당국과 상의하지 않은 채 경기를 부양하고, 관광업계를 고려한다면서 '숙박 대전'(숙박·공연·외식 등 8대 소비 쿠폰 발급)을 벌였다. 7월 말 휴가와 '숙박 대전'이 겹치면서 사람들의 접촉이 급격히 늘었다. 12월 대규모 환자 발생 역시 가을 단풍놀이와 11월 숙박 대전이 주요한 원인이다. 이런 실책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음에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실수 역시 반복하고 있다. 

2월부터 환자가 늘어나자 정부는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며 검사를 대량으로 늘렸다. 강릉시·동해시·서초구는 전수조사를 했으며, 서울시는 한 가구 당 한 명을 검사하자는 정책을 들고 나왔다. 포항시는 한 가구당 한 명씩 조사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경기도지사는 민원인과 자주 만난다는 이유로 공무원들을 단체로 줄을 세워 검사하는 촌극을 벌였다. 모 회사에서는 확진자가 발생하자 정부의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지 않고 수천 명을 전수조사하는 일을 벌였다. 12월 이후 대한민국의 코로나19 방역은 전문가를 배제하고, 검사의 원칙도 지키지 않는 정치 방역, 공무원 방역이 되어 버렸다. 

전문가들과 상의했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K 방역은 더 이상 자랑이 아니다.

정보 미공유 '직무유기'…전수검사·보여주기 방역 '문제'

질병청과 지자체는 전문가들과 코로나19 역학 정보를 거의 공유하지 않고 있다. 역학 정보는 질병청과 지자체장의 책상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질병청은 여러 차례 코로나19 논문을 발표했으면서도 내용을 의료진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질병청 홈페이지에도 논문은 찾아보기 힘들다. 

의료진들이 인터넷 맘카페에서 정보를 찾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질병청이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들에게 환자와 역학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 때문에 질병청장이 보이지 않은 것도 문제다. 정치인을 비롯한 비전문가들의 근거 없는 주장으로 K 방역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을 시작으로 보건소는 비상근무체제로 돌입했다. 하지만 정작 보건소에는 코로나19의 정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게다가 중앙 방역 당국은 대응 매뉴얼 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혼란이 벌어졌다. 민간의료기관과의 소통 역시 문제가 많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보건소 직원들은 많은 업무와 민원인들의 욕설에 시달리고 있다. 유행이 계속되자 지자체장들은 방역을 원칙에도 없는 전수검사를 하거나 보여주기식 방역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2월 중국 우한에서 3차 <span class='searchWord'>전세기</span>로 입국한 우리 교민과 중국국적 가족 중 신종 코로나 감염증 유증상자들이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지난해 2월 중국 우한에서 3차 전세기로 입국한 우리 교민과 중국국적 가족 중 신종 코로나 감염증 유증상자들이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관료주의 '탁상행정' 전문성 없는 정책 남발

국가 감염병 재난 상황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보니 코로나19 대응은 그야말로 우왕좌왕이다. 청정지역을 내세운 지자체는 환자 몇 명이 발생하자 도시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일부 지자체는 감염병 대응 원칙에도 없는 전수조사를 강행했다.

많은 수의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요양병원에 대한 지자체의 대응은 미숙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전문성 부족에서 비롯된다. 공무원 사회의 순환보직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전문성이 없고, 준비가 부족하니 혹세무민하는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관료주의·탁상행정·행정의 동맥경화 현상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환자가 몇 명 발생했는지, 확진자가 어디 어디를 다녀갔다고 알리는 시도 때도 없는 재난문자가 얼마나 코로나19 방역에 도움이 됐는지 따져 볼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정작 환자들의 역학 정보가 절실히 필요한 의료진들에게 제공하지 않는 데 있다. 지침상 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는 불통 행정으로 환자와 보호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정치인 '막말' 상처…고생하는 의료진들 '절망'

방역에 정치가 들어오면서부터 일부 정치인과 관료들의 발언은 국민의 가슴에 상처를 줬다. 

'창문 열고 모기를 잡는 것과 같다'는 지적에 "겨울이라서 모기는 없는 것 같다", 코로나19 확산 원인에 대해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 마스크 부족을 호소하는 의료진에 대해 "본인들이 좀 더 넉넉하게 재고를 쌓아두고 싶은 심정에서 부족함을 느끼는 게 사실" 등 고생하는 의료진들에게 절망을 주는 말들을 서슴지 않았다.

야당 의원이 "다른 나라에서 왜 인구수의 5배, 7배에 달하는 백신을 확보하는지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총리는 "그 나라에 가서 물어보셔야지요"라고 반박했다. 

정치인들은 K 방역이 우수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만이나 뉴질랜드와 비교하면 어떨까? 왜 엉망인 나라와 비교하는지 답답한 일이다. 

어느 정치인은 우리나라가 진단·치료·예방의 삼박자를 갖췄다고 했다. 진짜 그런가? 나라의 구석구석을 한 번 돌아보기를 권한다.

코로나19 유행을 계기로 전문가와의 소통이 부재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지방 방역기관과 행정기관의 소통에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 부처 간에 소통 또한 원활하지 못하다. 소통을 통한 정보 교류는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그런데 이 지름길은 언제나 볼 수 있을까?

'코로나 블루' 시대 아동·청소년 '게임 중독' 심각

코로나19 유행 이후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코로나 블루에 우울해하며 스마트 폰과 게임에 빠지고 있다. 실내 생활이 늘어나면서 체중도 늘고 있다. 

학교에 가지 못한 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아동과 청소년들이 게임 중독에 빠지고 있고, 최악의 선택을 하고 있다. 심각한 상황이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코로나 블루에 대해 분석하고,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With Corona vs Corona Zero

'Corona Zero'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것은 'With Corona'다. 지난 1년 동안 환자 정보와 역학 자료를 정리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새로운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19 중환자 중심의 진료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비감염 중환자 관리에도 소홀해서는 안된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 시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

보건소를 중심으로 지역의사회가 참여해 방역 대책을 만들고, 수시로 전문가들과 만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신종 감염병은 또 다가올 것이다. 제대로 대비할 수 있는 방어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공직사회에서 전문가를 키울 수 없다면 민간 전문가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전문성에 역행하는 망국적인 보건의료 분야 공무원들의 순환보직도 없애야 한다.

우리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가고 있다.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다. 이런 시행착오를 안고 가야 하며,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굶어 죽을 것인가, 코로나19로 죽을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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