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광호 명예교수의 의사의 길-(1)의사(醫師)

맹광호 명예교수의 의사의 길-(1)의사(醫師)

  • 맹광호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예방의학)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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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란 직업은? 역할은 무엇일까? 다시 한 번 재정립 할 때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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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 유행이 시작될 때, 대통령으로부터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의사를 포함한 의료진들의 활동에 매우 우호적인 관심을 보였다. 역학조사와  진료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에게 '존경'과 '자부심'을 뜻하는 수어 동작까지 만들어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하필 이 기간에 정부가 소위 '공공의대' 설립을 골자로 하는 의료정책 시행 의지를 발표하고, 이에 의료계가 파업으로 대응하자 의사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간신히 의-정 갈등이 봉합되기는 했으나, 아마도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어떤 형태로건 이 문제는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사실, 평소에도 사람들은 그 어떤 전문직 종사자들에게보다 의사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그것은 의사만큼 일반인들과 '깊고', '오랜' 관계를 맺고 사는 직종이 없기 때문이다.

꽤 여러 해 전,  어느 일간지에 <의사>라는 제목의 글이 무려 16회에 걸쳐 연재된 일이 있다. 특집으로 기획한 이 글에서는 의사들에 관한 여러 가지 얘기를 매우 자세하게 다룸으로써 많은 독자의 관심을 끌었다.

당연히 대부분 의사도 이 글을 읽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의사들이 이런 내용의 글을 관심 있게 읽었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그 일이 마치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수시로 눈여겨보는 본능적 행위와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워낙 잘생긴 사람들은 거울을 들여다볼 때마다 자신이 자랑스럽고 마냥 즐겁기만 할 것이다. 그러나 본래부터 얼굴이 못생긴 사람이거나 얼굴에 결정적인 흠이 있는 사람은 거울을 보는 일이 결코 기분 좋은 일이 못 된다.

그렇다고 이런 사람이 거울을 덜 들여다보는 것도 아니다. 자기의 못생긴 얼굴, 또는 얼굴에 있는 흠이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가 궁금해서 오히려 더 자주 들여다볼 수도 있다. 

예의 <의사>라는 글을 실제로 의사들이 어떤 마음으로 읽었을지 새삼스럽게 궁금해진다. 물론 대부분의 의사는 그 글을 읽으며, 자신이 여러 직업 가운데 꽤 괜찮은 직업인이라는 사실에 대해 자랑스러운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그것은 그 글 속에 '의사는 참으로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이라든지 '의사는 아직도 인기 있는 직업이어서 신랑감으로도 단연 랭킹 1위를 고수한다'라는 말과 함께 '의사는 가장 오랜 시간 공부를 한 최고의 인텔리'라는 말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 더러는 평소 일반인들이 모르고 있는 의사들의 고충에 대해 소개해주고 있는 부분에 대해 속 시원했을 수도 있다. 역시 이 글이 의사들의 고달픈 하루 생활이라던가, 잠도 제대로 못 자며 고생하는 수련의들의 모습, 그리고 못된 환자에 시달리는 의사들 얘기까지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의사들은 평소 감추어 온 자신의 얼굴 흉터가 만천하에 공개되기라도 하듯 수치심과 또 그것이 남에 의해 공개된 것에 대해 약간의 저항심을 가지고 이 글을 읽기도 했을 터이다.

그것은 이 글이 의술을 치부(致富)의 수단으로 삼는 의사가 많다든지, 꼭 필요하지도 않은 여러 가지 검사를 시행해서 환자에게 적잖은 금전적 피해를 주는 못된 의사가 있다든지, 또 돈 주고 의학박사 학위를 산 의사들이 많다는 얘기까지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의사> 얘기와 거의 같은 시기에 어느 월간지에서는 <이 의사를 그대로 믿어도 좋은가>라는 장장 13페이지에 걸친 기획물을 싣고 있었는데, 이글은 누가 읽더라도 의사를 '나쁜 사람들'로 생각하게 하는 내용의 글이었다. 매체의 속성인지는 몰라도 역시 언론들은 의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더 부각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왜일까? 왜 의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왜 의사들은 이런 소리, 이런 글을 훔쳐보듯 수치심을 가지고 듣고 보거나 아예 모른 체하는 것일까?

만일 그들의 비난이 틀렸다고 생각한다면 왜 의사들은 또 가만히만 있는 것일까?

잘못이 있으면 고쳐야 하고 오해가 있으면 풀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정확한 상황분석과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의 <의사>라는 연재 칼럼은 "어떤 정치적, 사회적 변동에도 무풍지대였던 의료계가 바람을 맞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의 의사들은 지금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옳은 길인가를 놓고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앞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면 의사에 관한 얘기가 여러 가지 형태로 언론에 등장할 것이 분명하다. 의사 인력 문제를 포함해서 이번 같은 대규모 감염병 유행이나 인구 고령화로 인한 국민 건강 문제를 과연 의료계나 시장원리에만 맡겨서 해결할 수 있냐에 대한 의문이 점차 우리 사회에 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의학이 '의사'와 '과학'에 의해서 주도되어 왔다면, 이제부터는 '환자'와 '인문학'이 이를 주도해야 한다는 소위 '비판적 의료인문학'까지 등장한 현실 학문체계의 변화가 이를 극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주요 의사단체들은 물론 의사를 양성하는 의과대학들은 지금부터라도 힘을 합쳐 국민건강을 위한 의사의 역할과 사명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다짐'하는 체계적 노력을 강화해 가야 할 것이다.

■ 칼럼이나 기고 내용은 <의협신문>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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