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문장

외로운 문장

  • 김경수 원장(부산시 금정구·김경수내과의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2.0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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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문장

너를 잊는다는 문장文章 뒤를 꽃나무가 따라왔다.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것이 삶의 방식인지, 사람의 문제인지 알 수가 없다.
진실은 분명히 있는데 진실은 가려진다.
이 시대의 맹목적인 화물열차는 달려오고
너를 잊는다는 문장이 덜컹덜컹 소리를 내는 마차가 된다.
바람이 불자 흩날리던 꽃잎들이 너를 잊는다는 문장을 따라간다.
서로를 너무 잘 아는 사람들이 등을 돌리는 것보다 아픈 일은 없다.
그것으로 인해 너를 잊는다는 말의 감옥에 갇힌다.
잊힌다는 문장이 어두운 복도 속으로 홀로 걸어간다.
봄이 꽃을 피운다는 것은 착각이었다.
꽃들이 게으른 봄을 끌고 왔기 때문이다.
잊힌다는 말은 아픈 귀를 가지고 있다.
꽃 피는 소리를 듣던 귀가 문장이 되어 향기로운 형용사를 기다린다.
너를 잊는다는 문장은 하얀 총구를 가졌다.
햐안 총구에 가슴을 대는 서러운 문장도 있다.
붉은 저녁노을이 옅어지는 소리를 듣는 늙은 문장도 있다.
녹슨 포클레인은 바람이 연주하는 피아노이다.
텅 빈 공사장에서 피아노 선율이 계단처럼 올라간다.
너를 잊는다는 말은 절벽이었고 잔인한 칼날을 지녔다.
우리 모두는 잊히는 것이 두려워 메아리가 되어 떠돈다.
김경수
김경수
 
 
 
 
 
 
 
 
 
 
 
 
 
 

▶ 부산 김경수내과의원장/<현대시> 등단(1993)/시집 <하얀 욕망이 눈부시다> <다른 시각에서 보다> <목숨보다 소중한 사랑> <달리의 추억> <산 속 찻집 카페에 안개가 산다>/<시와사상>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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