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④]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전략

[진단④]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전략

  • 정기석 한림의대 교수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2.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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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언제·어떻게·왜 해야 하나? -

정기석 한림의대 교수(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전 질병관리본부장)
정기석 한림의대 교수(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전 질병관리본부장)

백신과 치료제는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과학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성공적으로 수행해온 거리 두기와 역학조사도 과학에 기반한 것이지만, 그와는 다른 차원의 과학적 역량이 없다면 일상으로의 복귀는 요원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관한 한 경제력에 비해서는 국제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져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이미 늦었지만 앞으로 우리나라는 '백신 주권' 확보를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백신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개발에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한다. 백신 후보 물질의 발굴과 개발은 성공 확률이 높지 않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전문적으로 진행할 경제력과 전문인력을 제대로 갖춘 국내 기관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코로나19와 같이 세계적으로 굴지의 회사들이 동시에 경쟁에 뛰어들게 되면 설혹 독자적으로 백신을 개발하고 생산하더라도 경쟁제품의 범람으로 판로가 제한적이어서 경제성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 

따라서 경제성을 담보 못하더라도 개발에 뛰어들려면 국가가 나서야 한다.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에는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가 있다. 이곳의 설립목적은 민관의 백신연구를 지원하고, 직접 연구도 하며, 백신 개발의 원료가 되는 각종 병원체 자원을 관리하고, 백신에 관한 임상연구를 하게 되어 있다. 필자가 질병관리본부장을 맡고 있던 때부터 계획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으나 아직 활동이 미흡한 실정이다. 

우리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의 쓰라린 경험을 온 국민이 겪었기에, 2016년을 기점으로 새롭게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는 감염병 관련 제도들이 많다. 백신연구지원센터도 그 일환이다. 

하지만 그간 기대한 만큼의 활동을 할 수가 없었던 요인으로는 상급기관인 보건복지부의 관심 부족, 재정당국의 소홀함에 더해 당사자들의 결기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이제 코로나19를 계기로 백신 개발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으니, 백신을 자급하는 그 날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를 기대한다. 이번에는 모르고 당했지만 다음에도 백신 개발에 뒤처지면 국가 운영 계획의 실패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개발 중인 백신은 DNA/RNA vaccine, recombinant protein vaccine, vectored vaccine 등이 있으나 진도가 매우 느리다. 특히 2/3상 임상시험은 국내 발병률이 낮아서 외국에서 수행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국제적 네트워크, 비용 문제, 전문인력의 미비 등이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 연구와 개발은 지속해야 하고, 다음에 찾아올 미래 감염병에 대비해서라도 절대 개발 동력을 약화시켜서는 안된다. 미국처럼 민간이 개발하고 국가가 비용을 부담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 인프라는 많이 빈약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중심이 되어 시행하는 R&D 사업 중 감염병 관련 연구에 관한 한 질병관리청과 국립보건연구원이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과학적 근거 기반의 질병 예방관리정책 추진과 보건의료 연구를 통하여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목표를 둔 정부 부처다. 질병관리청의 기원은 1894년 고종의 칙령으로 설치된 위생국에서 찾을 수 있다. 그 후 1935년 설립된 보건원 양성소를 모태로 하여, 1945년 해방 후 이들 기관은 조선방역연구소, 국립화학연구소 등으로 개칭되었다. 각각 독립기관으로 설립 운영되던 국립방역연구소, 국립화학연구소, 국립보건원, 국립생약시험소를 통합, 1963년 12월 16일 국립보건원으로 발족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모델로 보건복지부 <span class='searchWord'>소속기관</span>(차관급 기관)인 질병관리본부로 개편했으며, 2020년 9월 12일 정부조직법 개정(법률 제17472호)으로 외청인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했다. ⓒ의협신문
질병관리청은 과학적 근거 기반의 질병 예방관리정책 추진과 보건의료 연구를 통하여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목표를 둔 정부 부처다. 질병관리청의 기원은 1894년 고종의 칙령으로 설치된 위생국에서 찾을 수 있다. 그 후 1935년 설립된 보건원 양성소를 모태로 하여, 1945년 해방 후 이들 기관은 조선방역연구소, 국립화학연구소 등으로 개칭되었다. 각각 독립기관으로 설립 운영되던 국립방역연구소, 국립화학연구소, 국립보건원, 국립생약시험소를 통합, 1963년 12월 16일 국립보건원으로 발족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모델로 보건복지부 소속기관(차관급 기관)인 질병관리본부로 개편했으며, 2020년 9월 12일 정부조직법 개정(법률 제17472호)으로 외청인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했다. ⓒ의협신문

미국의 의약 관련 연구개발은 미국 국립연구원이 주관하고 있으며, 전국의 생명과학자들은 여기에서 나오는 연구비 획득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전문성이 있는 국가기관이 연구 방향 설정과 연구비 배정을 주관함으로써 정말 필요한 곳에 필요한 연구비를 투입할 수 있다. 

국민의 실생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연구를 위한 연구'에 세금을 과다하게 배정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감염병 예방과 퇴치에 필수적이지만 민간에서는 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연구 인프라 구축에 질병관리청이 방향을 잡아주어야 한다. 그래야 미래 어느 시점에 새로운 감염병이 출현했을 때 우리는 지금과 다른 경쟁력으로 세계 백신 시장을 선도해 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특히 이과계 최고의 수재들이 모이는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이 좀 더 연구 중심적으로 전환한다면 그 어느 나라보다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제외한 유럽·중국·일본 등은 우리나라가 인적 자원의 분포 면에서는 유리한 입장이다. 즉 더 많은 의사 과학자를 배출할 수 있는 여건을 우리나라는 갖추고 있다. 연구중심병원·기관으로 우수 인력들을 유치할 인적 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것이다. 이런 현실을 잘 활용한다면 자동차, 반도체에 이어 향후 대한민국의 먹거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치료제 개발은 백신보다도 더 어렵다. 우선 국내 제약사는 세계 최초로 신약을 개발하고 임상시험 1·2·3·4상을 모두 완수한 후 이를 세계시장에서 판매해본 경험이 별로 없는 실정이다. 이는 비단 감염병뿐만 아니라 모든 의약 분야에 해당한다. 역시 국내회사들의 영세성, 수입 약품의 판매 대행에 머무는 안이함, 국내 과학자들의 연구역량 부족 등이 요인이다. 

흔히 백신은 5년, 치료제는 10년이 걸린다고 하듯, 치료제는 더 긴 세월을 투자해야 하는 입장이라 선뜻 나설 회사가 없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생명과학은 우리가 피해서는 안될 분야이므로, 민관이 힘을 모아 장애물을 헤쳐나가야만 한다. 과감한 M&A로 제약산업의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 과거의 반도체 빅딜과는 다르겠지만 국가가 법과 제도를 정비해서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장기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제약사들도 국내에 안주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도 언젠가 다국적 제약기업 한두 회사 정도는 보유해야 하지 않겠나? 

1상이 면제되는 천연물 신약 개발과 국내 판매로는 다음 세대를 먹여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영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업보다 연구개발로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의약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실력 발휘를 해주기를 기대한다. 

새로 설립된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신종바이러스연구센터에는 치료임상연구과가 신설되었다. 이 부서가 치료임상에 관해 국제적 동향 공유, 임상시험 네트워크 구성, 치료 연구 방향 설정 등에서 민간과 정부를 잇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다면, 치료제 개발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중심이 되어 시행하는 R&D 사업 중 감염병 관련 연구에 관한 한 질병관리청과 국립보건연구원이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협신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중심이 되어 시행하는 R&D 사업 중 감염병 관련 연구에 관한 한 질병관리청과 국립보건연구원이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협신문

정부 내 관련 부처의 의지와 실천이 필수이다. 백신과 치료제 모두 성공의 핵심은 전문인력의 역량에 달려있음은 확실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양성과 지속 교육에 체계적인 시스템 도입, 해외 전문 인력의 과감한 영입으로 경쟁체계 확립, 전문인력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 등이 꼭 필요하다. 이 분야 역시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직도 과할 정도의 우수인력이 의약계열로 유입되고 있다. 임상경험을 갖춘 우수인력 일부를 R&D로 전환하면 우리는 반드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의과학 입국을 이루게 될 것이다. 의지만 있다면 방법은 정부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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