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광호 명예교수의 의사의 길-(2)여의(女醫) 시대

맹광호 명예교수의 의사의 길-(2)여의(女醫) 시대

  • 맹광호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예방의학)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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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의 여성화' 대비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 필요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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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현재,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우리나라 총 의사 수는 10만 1618명이며 이 중 23.9%인 2만 3929명이 여자 의사다. 1970년에 여의사 비율이 12.0% 정도였고, 80년에 13.6%. 그리고 90년에 14.1%이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증가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와 90년대에 갑자기 많은 의과대학이 신설되고, 이후 의대에 진학하는 여학생 비율이 급격히 증가한 때문이다.

물론 지금 우리나라 여의사 비율이 다른 서구 선진국들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다. 2015년 OECD 자료에 의하면 37개 회원국 중 여자 의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스페인으로 그 비율이 51.6%에 이른다. 다음은 스웨덴이 47.0%, 영국이 45.6% 순이고 미국이 34.1%로 되어있다. 이에 비하면 당시 우리나라 여자 의사 비율 22.3%는 OECD 국가 중에서 일본과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의과대학 신입생 중 여학생 비율이 평균 40%를 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하면, 머지않아 우리나라에도 '여의(女醫) 시대'가 올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의과대학에 진학하는 여학생들이 많아지고, 그래서 전국적으로 여의사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일이 지금 우리의 관심사가 되는 이유는, 여자 의사의 진료 행태가 남자 의사와 다르고, 그래서 이 일은 결국 우리나라 미래 의료문화나 의료체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환자 진료 행태에 있어서 여자 의사들이 남자 의사들과 적어도 몇 가지 측면에서 다른 특성이 있다는 사실은, 1970년대 이후 미국 등에서 발표된 연구논문들에 의해서부터다. 이들 연구 결과를 보면, 우선 여자 의사들이 선호하는 임상 과목이 남자 의사들과 다르다.

이들은 주로 일차 의료에 속하는 내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가정의학과 등을 선호한다. 그리고 여자 의사들이 대체로 남자 의사들보다 환자와의 의사소통에 있어서 월등 뛰어나고, 환자 진료를 위한 시간도 평균적으로 남자의사보다 더 길다. 따라서 환자들의 만족도가 남자 의사들에서 보다 유의하게 높다는 것이 이들 대부분 여자 의사 특성 연구의 결과다. 

소위 '의학의 여성화(feminization of medicine)'라는 말이 여러 학술지에 긍정적인 측면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즈음부터다. 2016년에 발표된 한 논문은, 여자 의사에게 치료를 받은 노인 입원환자들이 남자 의사들에게 치료를 받은 경우보다 사망률도 떨어지고 병원에 재입원하는 비율도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들은 여성 특유의 유연한 공감 능력(sensitivity)과 대체로 의대 여자 졸업생들의 높은 성적에서 오는 직관력(sensibility)과도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 이런 현상과 이론을 근거로, 이미 선진 서구 국가들에서는 '의학의 여성화' 현상에 대해 깊은 관심을 두고 이들에 대한 교육과 지원을 제도적으로 확대해 왔다. 여자 의사들의 저력이 의료 활동에 좀 더 적극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에서다. 

물론, 이런 의학의 여성화를 또 하나의 의료계 과제로 보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다. 우선 가정생활과 병원 생활을 함께 해야 하는 여의사들의 경우, 점차 전일제 근무보다는 시간제 근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고, 의대 수학 연한이나 전문의 수련 기간도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이미 30%를 넘는 여의사가 시간제 근무를 하는 실정이며, 결혼한 의과대학 여학생들이나 여자 수련의들의 경우, 아예 처음부터 수학 연한이나 수련기간을 1∼2년 정도 더 길게 계획을 세우고 시작하는 일이 흔하다. 

이런 현상 때문에 여자 의사 비율의 증가는 좀 더 공격적인 의학 연구나 수술이 많은 외과 계열 환자 진료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도 없지 않다. 게다가 여자 의사 비율의 증가는 그만큼 의사당 진료환자 수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점진적으로 의사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여기서 나온다. 여의사 비율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여자의사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1956년 단 75명의 여자의사 회원으로 창립총회를 연 여자의사회가 최근에 그 규모나 활동에 있어서 엄청나게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서울에서 세계여자의사회 총회를 개최했고, 2명의 세계여자의사회 회장을 배출하는 등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도 괄목할 만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여의사회의 사업들이다.

저개발국 의료봉사 활동을 포함해서 국내외 불우이웃 돕기, 탈북민 의료봉사, 미혼모와 결손가정 돕기 등 여성 특유의 희생과 사랑, 그리고 봉사를 실천하는 일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런 한국여의사회의 활동은 지금 우리나라 의사들에게 절대로 필요한 사회적 신뢰를 얻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귀한 일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제 '여의 시대'를 맞은 우리 한국여자의사회도, 본격적인 여의 시대에 대비하는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앞으로 우리나라에서의 여의사 증가가 의사 개인이나 가정, 그리고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자체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그리하여 장차 우리나라 국민건강을 위한 보건의료 사업에 있어서 여자 의사들의 역할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이를 실천함으로써 안정적인 의료문화 형성에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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