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후 보정심 '급 연기'…의대 증원 '장외 추진' 논란?

의·정 '갈등' 후 보정심 '급 연기'…의대 증원 '장외 추진' 논란?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02.0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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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보정심 첫 회의 하루 전 '연기' 의·정 협의체 영향?
정부 측 관계자 "방역 준수에 따른 조치일뿐, 협의체와는 무관"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오늘(9일) 개최 예정이었던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 제1차 회의가 돌연 연기됐다. 보건복지부는 보정심 제1차 회의를 하루 앞둔 8일, 일정을 연기하겠다고 '급 통보'했다.

의·정협의체 회의 직후 나온 일정 연기에 일각에서는 의-정간 '갈등' 국면에서 비롯된 상황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보건복지부가 보건 관련 협의체에 의료인력 수급 관련 연구 결과를 순차적으로 보고하기 시작하면서, 의대 증원 관련 '장외 추진' 우려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보정심 구성이 2019년 4월 제정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공공의대 및 의대 증원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구성에 의료계의 날 선 이목이 쏠렸다.

특히 안건에 '보건의료인력 수급 추계 진행 상황 공유'가 포함된 사실이 전해지면서 지난 1월 말 개최된 '이용자 중심 의료혁신협의체' 회의 시 공개된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 추계 연구 중간보고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보건복지부가 의료혁신협의체 회의에서 보고한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 추계 연구(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15년 후인 2035년 국내 의사 인력이 적게는 9654명, 많게는 1만 4631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인력 관련 추계 연구 중간보고를 '의·정 협의체' 외 보건 관련 협의체 등에 순차적으로 보고하면서 '장외'부터 의대 증원을 논의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쏟아졌다.

지난해 의료계 파업까지 이어진 의사인력 과잉·부족 논란을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 안정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도마 위로 올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용자 중심 의료혁신협의체 회의에서 처음 보고된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 추계 연구는 지난 3일 개최된 의·정협의체 제7차 회의 말미에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측에서 준비한 회의자료에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구조개선 관련 논의 사안 중 연구 일부 내용이 포함됐다는 것.

조민호 대한의사협회 범의료계 투쟁 특별위원회(이하 범투위) 간사는 "의료계는 당초 7차 회의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만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수련환경 논의가 끝난 뒤, 보건복지부 측에서 건정심 구조 개선 관련 논의를 시작하면서 의대증원·공공의대를 포함하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의료계는 이에 대한 논의는 거부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는 "의협 측에서는 은퇴 의사 활용방안, 공보의 배출 문제, 필수의료 환경문제 개선 등을 통한 필수의료 개선방안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측에서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고, 공공의대나 의대증원 얘기를 서둘러 시작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범투위 관계자 역시 당시 회의장 상황에 대해 "보정심 의료인력 추계 연구가 건정심 구조 개선 관련 논의에서 일부 언급됐었다"며 "회의 중간에 철수가 이뤄진 것은 아니고, 회의 안건이었던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사안을 모두 논의한 뒤 (철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앞서 의료계 반발에도 불구, 국립의전원 설계비 등으로 11억 8500만원을 책정, 작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보정심 연구 중간 결과를 다양한 경로로 발표하면서 의대증원·공공의대 설립 추진 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의·정 협의체에서도 해당 사안을 안건으로 올리려는 시도를 보이며 추진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사진 왼쪽)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정합의 후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의협신문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사진 왼쪽)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정합의 후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의협신문

반면 의협은 지난해 9월 정부와 보건복지부가 합의한 합의문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들며 의대증원이나 공공의대 설립 추진 논의는 '코로나19 상황 안정화 이후' 진행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9·4 합의문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 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한의사협회와 협의한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더불어민주당의 정책협약에서는 '구성되는 국회 내 협의체의 논의 결과를 존중하며 의대 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했다.

<의정합의문 1항>
1.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한의사협회와 협의한다. 이 경우 대한의사협회와 더불어민주당의 정책협약에 따라 구성되는 국회 내 협의체의 논의 결과를 존중한다. 또한 의대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

<민주당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 1항>
1.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은 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 될 때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하며,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구성하여 법안을 중심으로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기로 한다. 또한, 논의 중에는 관련 입법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

문제는 '코로나19 안정화' 기준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에 있지만 의료계는 현재 상황을 '안정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라는 입장이다.

조민호 범투위 간사는 "의대증원이나 공공의대 신설 등은 협의에 따라 분명히 코로나19 안정화 이후를 논의 시작 시점으로 잡았다"며 "아직 코로나19 안정화에 대한 정의도 마련되지 않았다. 하지만 누가 봐도 현재 상황이(의대 정원·공공의대 설립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볼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추후 의·정협의는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민호 간사는 "의·정 협의를 중단한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의·정합의에 따른 논의 시점 문제에 있어 현재는 해당 사안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차기 회의 일정이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범투위는 일정에 따라 논의를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 관계자는 [의협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 회의는 첫 회의로 위촉장 수여 등 추후 운영 계획 논의 정도만 이뤄질 예정이었다"면서 "방역 지침에 따라, 다수가 모이는 회의나 행사는 지양하자는 취지에서 사안이 급하지 않은 행사들은 설 연휴 이후로 연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의·정협의체에서 의료계와 갈등이 있었던 것과 이번 연기 사이의 연관성을 묻자 "이번 연기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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