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치매안심병원 인력 기준 개정안 입법예고
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신경외과 의사회 즉각 철회 촉구
진단·치료에 전문성 필요…치매국가책임제 정책 부정 비판
치매안심병원 인력기준에 '한방신경정신과 한방전문의'를 포함하는 치매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의료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6일 치매안심병원 인력기준에 '한방신경정신과 한방전문의'를 포함하는 치매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대한신경과의사회·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대한신경외과의사회는 19일 각각 성명을 내어 입법예고안을 정면으로 통박하고 즉각적인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치매 관리에 한의사를 끌어들이는 것은 치매국가책임제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스스로 정책을 부정하고 국가의 관리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치매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등과 60가지 이상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이차성 치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발생 기전을 갖는다. 다양한 원인을 갖는다는 것은 동일한 증상을 보이지만 사실 다른 질병이라는 의미이며 각각에 맞는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치매를 하나의 질병으로 취급하지만, 원인에 따라 각각의 전문가에 의해 치료돼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중증으로 이환되기 전 가역적인 단계에서 진단·치료는 더욱 전문성이 필요하다.
치매안심병원은 치매 진단과 치료·요양 등 치매 관련 의료 서비스를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치매환자에게 나타나는 이상행동증상이 심해져 요양시설이나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운 중증치매환자를 관리한다. 이와 함께 인지기능과 신경행동증상에 대한 신경학적 진찰, 일상생활수행능력에 대한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평가를 토대로, 전문의약품 약물치료, 비약물적 치료와 다양한 인지치료 프로그램 등 맞춤형 치료전략을 제공하고, 퇴원 후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와 프로그램 연계까지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각 의사회는 "치매 질환의 병태·생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집단에게 진단과 치료를 맡기는 게 국민을 위하는 것인가"라고 되묻고 "아무에게도 실익이 없고, 환자들이 적절한 도움을 받는데 있어서 혼선만을 준다. 처음부터 한방치료만 하는 곳에서 한의사가 필요한 것이지 의과학 시스템에 한의사만 끼워 넣어서 구색을 맞추는 것은 긴 고통을 겪고 있는 치매 환자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치매국가책임제 방침에 따라 지정되는 치매안심병원이나 공립요양병원이 운영되는 것은 치매 질환자들과 가족을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를 위해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판단이다.
치매국가책임제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전문가 참여와 비전문가 배제가 중요하다는 점도 재차 각인시켰다.
각 의사회는 "인구가 고령화되고 치매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치매안심병원의 기능과 역할이 확대되면서 국민의 기대에 맞추고 신뢰를 얻어야 하는데, 필수인력에 한의사라는 비전문가가 포함된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치매안심병원이 중증치매환자 관리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의학적 원칙을 준수하고 필수 인력·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과 지원 방안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 의사회는 치매안심병원 인력기준에 한의사를 포함시킨 치매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즉각적인 철회를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