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기본권 제한 시 입법목적 달성 적합한 수단 요구...법익 균형성 원칙 어겨
범죄 유형·재범 가능성 고려하지 않아...구체적 타당성 결여·침해 최소성 원칙 위반
의료인과 변호사·세무사 자의적으로 동일하게 규정...평등의 원칙 위반 위헌 요소
2021년 2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와 같은 의료인의 결격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하 '해당 의료법 개정안'이라 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하였다고 한다.
해당 의료법 개정안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 미만인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 미만인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거나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의료법 개정안의 개정이유를 보면, 의료인은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지위의 특성상 사회적 책임에 부합하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직업적 윤리가 요구되나 의료인이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 등 실효성 없는 징계가 이어지며 환자들의 불안감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데,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사가 의료 관련 법령 위반행위를 하는 경우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의료법이 아닌 다른 법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어도 의료면허에 대한 별다른 처분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고, 변호사, 세무사 등 다른 전문 직종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 대한 엄정한 대처를 통해 국민들이 보다 안심하고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해당 의료법 개정안은 법리적으로 볼 때 상당한 위헌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특정 형벌 수준을 기준으로 의료인의 결격사유 내지 필수적 면허 취소사유로 규정하는 것은 국민들이 보다 안심하고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입법목적에 적합하지 않은 수단이라는 점이다.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할 때에는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것에 적합한 수단일 것이 요구된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국민들이 환자로서 의료현장에서 의료인에 의한 잠재적 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목적인데, 의료진이 저지른 범죄에 기한 특정 형벌수준에 따라 의료인의 업무수행을 금지하는 것은 사후 대응에 해당하는바 사전 범죄예방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둘째, 설령 특정 형벌 수준을 기준으로 의료인의 결격사유 내지 필수적 면허취소 사유로 규정하는 것이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합한 수단이라고 하더라도, 범죄의 유형이나 재범 가능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범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구체적 타당성도 결여되어 있으며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해당 의료법 개정안은 범죄 전력자의 의료인 업무수행을 금지하여 환자들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인데, 이는 범죄 전력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전제 하에 의료인 업무수행 금지의 제재를 예외 없이 관철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범죄 전력자가 동종범죄를 다시 저지를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범죄 전력만으로 그가 장래에 동일한 유형의 범죄를 다시 저지를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에 더하여 의료인의 업무 내지 의료인과 환자와의 관계와 관련하여 자행되는 범죄가 아닌 다른 범죄 유형(중대 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가보안법 위반·근로기준법 위반·폐기물관리법 위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을 저지른 의료인에 관하여 의료업무 수행을 금지하는 것은 환자들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할 수 있으므로, 어떠한 예외도 없이 재범 가능성을 당연시하고 환자들이 피해자가 될 것이라 단정하는 해당 의료법 개정안은 범죄 전력자 중 재범 위험성이 없는 사람 내지 환자 보호와 무관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 판단된다.
셋째, 모든 범죄를 대상으로 특정 형벌수준을 기준으로 의료인의 결격사유 내지 필수적 면허취소사유로 규정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제한에 요구되는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료인의 윤리성과 자질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함으로써 환자들을 잠재적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공익 중 하나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해당 의료법 개정안에 의하여 의료인들의 직업의 자유가 중대하게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데, 재범의 위험성이 적거나 환자들이 범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낮은 범죄 전력자들에게 가혹한 제한이 될 수 있는 점, 재범의 위험성에 대한 판단이 개별적인 방식이 아니라 특정 형벌 수준을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해당 의료법 개정안에 의한 기본권의 제한 정도는 법 규정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의료인들에게 참고 견디도록 강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고 보이기 때문에 모든 범죄를 대상으로 특정 형벌 수준을 기준으로 의료인의 결격사유 내지 필수적 면허취소 사유로 규정하는 것은 공익과 사익을 비교하였을 때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생각된다.
넷째, 의료인과 변호사·세무사 등 다른 전문 직종은 취급업무의 성격과 사회적 인식이 상이한데, 이와 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의료인과 변호사·세무사 등을 동일하게 취급한다면 이는 평등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헌법에서의 평등의 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할 것을 요구하는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자의적으로 같게 취급한다면 그러한 자의적 동일 취급도 평등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는데, 변호사나 세무사는 취급업무가 법률 관련 업무로 업무수행에 있어 상당한 법률 지식과 법적 무결성이 요구되는 반면 의료인은 취급업무가 인체 관련 진단, 치료, 간호 업무로 자연과학적 의학 지식과 기술 숙련도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의료인과 변호사, 세무사 등은 본질적으로 다른 취급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의료인과 변호사·세무사의 결격사유 등 자격요건을 자의적으로 동일하게 규정한다면 이는 평등의 원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이처럼 해당 의료법 개정안은 법리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위헌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민들이 보다 안심하고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목적으로 법령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법령은 헌법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해당 의료법 개정안은 위헌 요소가 다분하여 실제 시행이 될 경우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 예상되므로 새롭게 보완되거나 폐기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