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대 국회서 의료법 개정...다른 법령 위반 금고형 선고 시 면허 취소 조항 삭제
의료인 가중 처벌 입법 재량 일탈...직업수행 자유·과잉 금지·적정성 원칙 위배
박성태 대한의사협회 고문(12대 국회의원)은 대한민국 헌정회 고문도 맡고 있다. 헌정회는 1968년 국회의원 동우회로 창립, 1989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했다. 전직 국회의원 1100명이 참여하고 있다. 박 고문은 헌정회 기관지인 월간 <憲政>지 편집위원(문화·복지 부문)을 비롯해 한국수필가협회 이사·한국문협 회원·국제팬클럽 회원을 맡고 있다. 음악계에서는 한국음악협회 명예이사장·한국성악회 고문·서울오페라단 고문·한국음협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블사회문화연구소 대표도 맡고 있다.
지난 2월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제1법안 심사소위원회를 열어 8개 의료법 개정안 병합안을 의결하고, 19일 보건복지위 전체회의를 열어 법사위에 상정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이 의료관계법령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에 한해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의료법 개정안의 변천사를 되돌아 본다.
12대 국회(1985∼1988년) 이전까지 의료법에서는 의료관계 법령 외에 교통사고등 다른 법령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의사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했다.
의사면허를 취득하기까지 6∼8년이라는 오랜 기간이 걸리고, 전문의자격까지 고려하면 14년 이상이 필요하다. 당시 대한의사협회(문태준 회장)는 국민 건강에 이바지할 면허와 자격을 한 순간에 상실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의료법 개정을 청원했다.
12대 국회의원을 맡고 있던 필자는 의료와 관련이 없는 다른 법령을 위반해 금고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조항을 삭제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12대 국회 보건사회위원회(위원장 : 이찬혁, 보사위원 : 강창의·박동진·최영철·김정수·김집 외 6명 위원)에서 만장일치로 의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의결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일부 이견을 보였지만 무사히 심의를 끝내고 마침내 본회의(이재형 의장)에서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이번 의료법 개악안은 금고형 이상 집행 종료 또는 면제일로부터 5년까지, 집행유예 종료부터 2년까지 면허 재교부를 금지토록 규정하고 있다. 과도하게 긴 기간동안 면허 재교부를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면허 취소 사유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죄만 빠지는대신 살인·강도·성폭행·불법 제조 판매·주사기 재사용·태아 성감별 등 각종 범죄로 집행유예를 포함한 금고형 이상을 선고 받으면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도록 했다.
이 법안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의료인은 침습적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자로서 타 전문직과 구별되는 자율성과 특수성을 인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의사에 대해서만 입법 재량을 일탈하여 자의적이고 불합리한 가중 처벌을하도록 해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
둘째, 과도하게 면허 재교부 금지 기간을 연장한 규정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셋째, 의료행위와 무관한 형사 제재를 결격사유로 규정한 것 또한 역시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및 적정성의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
넷째, 형사처벌과 행정처분(면허 취소)을 구분하지 아니하여 사실상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반하고 있다.
끝으로 필자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인과 회계사 등의 전문직도 교통사고등 전문직 외의 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전문직 면허를 상실토록 하는 것 역시 형사 처벌과 행정처분의 이중처벌이라는 점이다. 이런 경우에도 법조인을 비롯한 전문직의 면허를 살리는 법안 개정을 통해 헌법이 규정한 형평의 원칙을 지킬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