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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남은 백신 과감히 버려야"…정부 "걱정 안 한다"
전문가 "남은 백신 과감히 버려야"…정부 "걱정 안 한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03.0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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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내과 교수 "다회용량' 감염 최소화 위해 분주 줄이기 기본"
질병청 "무리한 횟수 추가 사례 발생하지 않을 것" 우려 안해
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사진=인천광역시 부평구 보건소)ⓒ의협신문
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사진=인천광역시 부평구 보건소)ⓒ의협신문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 잔여량이 남을 경우 추가 접종할 수 있다는 질병관리청 발표와 관련 "남은 백신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감염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부정확한 추출이 이뤄질 수 있는 가능성과 감염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는 "무리하게 횟수를 추가하려는 사례는 발생하지 않을 거로 본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엄중식 가천의대 교수(길병원 감염내과)는 개인 SNS를 통해 "백신 한 바이알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을 접종하려는 의지는 알겠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백신 접종으로 인한 피부 연조직 감염이나 혈액매개감염이 대량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덧붙여 "(화이자)백신 한 바이알에서 6명 접종 분량까지는 주사기 종류에 따라서 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7명째 분량은 앞서 6명 분량이 부정확하게 추출된 경우, 충분한 양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청은 1일 브리핑에서 의료진 판단에 따라 바이알당 백신 접종자 수를 늘려도 된다고 밝혔다.

접종을 직접 실시해본 결과, LDS(Low Dead Space)주사기를 활용할 경우, 다른 주사기를 사용했을 때보다 잔여량이 많이 남게 되면서 지침을 일부 변경한 것이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한 바이알당 접종 인원을 6명에서 7명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역시 기존 10명에서 최대 12명까지 접종할 수 있다는 것. 이때, 추가 접종 여부는 의료진의 판단에 맡긴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기존대로 화이자 백신은 6명,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0명까지만 맞춰도 되고, 잔여량에 따라 추가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백신 폐기량을 줄여 부족할 수 있는 백신 접종 수를 일부라도 확보하고자 한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접종자 수를 늘리는 것이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의료계는 해당 방침이 의료인들에게는 압박감으로 다가온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일 "한 명이라도 더 접종하도록 의료인들에게 압박감을 주는 것은 안전한 백신접종 투여가 중요한 현 상황에서 지나치다"며 정부의 지침을 '백신 쥐어짜기'라고 비판했다.

기존 제약회사와 협의한 접종 횟수를 정부가 제한해, 추가 접종에 대한 압박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입장이다.

감염전문가 "다회용량 바이알, 감염 최소화 위해 분주 조작 줄이는 것은 기본"

엄중식 가천의대 교수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횟수 증가 시, 우려점을 짚으며 함께 <span class='searchWord'>SNS</span>에 게재한 대한의사협회와 질병관리청 '감염 예방을 위한 주사실무' 강의 자료 ⓒ의협신문
엄중식 가천의대 교수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횟수 증가 시, 우려점을 짚으며 함께 SNS에 게재한 대한의사협회와 질병관리청 '감염 예방을 위한 주사실무' 강의 자료 ⓒ의협신문

엄중식 교수 역시 "다회용량 바이알을 이용하며 감염을 최소화하려면 분주 조작 세션을 줄이는 것은 기본"이라고 꼬집으며 "한 바이알 당 접종자 수를 최대로 고정해 놓고 백신 접종을 진행하면 안 된다"고 분명히 했다.

엄 교수는 "백신 분주를 담당하는 인력의 스트레스는 상당할 것이다. 현장이 너무 빡빡하게 돌아가면 오류가 생기기 마련"이라며 "높아지는 피로는 또 다른 사고를 만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분주를 담당해야 하는 약사나 간호사에 대한 배려가 없는 아이디어다. 분주 작업에 숙련된 인력도 같이 배정돼야 한다"

특히 "여섯 번째 백신 접종량을 분주한 후 바이알에 남아 있는 양이 화이자 백신의 경우 0.3mL인지(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0.5mL) 눈으로 알 수 없을 텐데 주사기 성능을 믿고 그냥 가야 한다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동료 의사들 역시 댓글을 통해 접종 횟수를 늘릴 수 있도록 한 데 대한 우려를 표했다.

A의사는 "최근 몇 년 동안 이뤄진 1바이알 1인 사용 정책에도 역행하는 지침"이라며 "사실 한 바이알에 몇천 원이나 하는 주사를 조금만 쓰고 남는 것은 버릴 때 아깝지만 지금까지 과감하게 다 버렸는데, 이것과는 전혀 다른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B의사 역시 "백신뿐 아니라 주사제는 모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따지고 보면 급하지 않은 의약품 연구가 어디 있고, 버리기 아깝지 않은 약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그렇게까지 위급한 상황도 아닌데, 그동안 쌓아놓은 의학이나 연구 방법의 틀이 무너지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짚었다.

정경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 (사진=4일 e브리핑 화면 캡쳐) ⓒ의협신문
정경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 (사진=4일 e브리핑 화면 캡쳐) ⓒ의협신문

의료계의 지속되는 우려에도 불구, 질병청은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정경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4일 정례브리핑 중 접종 횟수 추가에 대한 의료계 우려에 대한 입장 변화 가능성을 묻는 [의협신문] 질의에 대해 "의료진이 무리해서 횟수를 늘리거나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여러 차례 발표를 드린 바 있다. 이번에 접종하는 백신들이 모두 다인용 백신이다 보니, 분주는 불가피하게 발생한다"며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의료진에게 6회 이상 또는 10회 이상의 분주를 해서 사용하라는 의무적인 지침을 발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무리한 분주로 인해, 투여량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부족한 양이 환자에게 투여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발생하면 안 되는 일이다. 정확한 1인당 접종량을 지켜야 하는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은 백신을 각 병에서 모아서 접종하는 일은 절대 발생하면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화이자 백신 계약 당시 한 바이알당 몇 명의 접종으로 협의가 됐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화이자사에서 식약처의 허가심사를 받으면서 한 바이알당 6도스로 허가심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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