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희 원장 (서울 마포구· 연세비앤에이의원)
2월의 길은 아직 춥습니다.
늦은 저녁까지 작은 등 하나의 포장마차에서는 붕어빵이 구워집니다.
몇년 전까지 옆 가게의 국수가 먹음직했습니다.
국수를 먹고는 붕어빵을 한 봉지 사들면 부러울 것 없는 겨울 저녁 만찬입니다.
국수 할머니는 굽어진 허리 때문에 무릎과 다리가 내내 아프십니다.
진통제를 처방 받기 위해 오시던 할머니를 병원에서 커피 한잔 내어 드리며 몸을 녹이시게 하였습니다. 때론 국수 가게가 한가한 틈에 영양제 주사 맞으며 병실에 누웠다 가시곤 했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했고, 편하고 깨끗해진 동네는 포장마차를 대부분 밀어냈습니다.
유해시설이라는 단어로 그렇게 포장마차는 사라졌습니다.
병원 창문과 마주한 곳, 수년간 국수를 삶고 소주를 내어내던 그곳은 지금 없습니다.
일터도 집도 이곳이던 할머니는 멀리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셨습니다.
붕어빵 이모의 손놀림에서 국수를 말아 내시던 할머니의 손이 보입니다.
주름진 손을 토닥이며 세상사 이야기를 하며 아픈 허리를 문지르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나는 그녀를 기억하는 동네 병원 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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