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치매안심병원 인력에 한의사 포함하면 치매환자 건강 위협"
치매 연구·치료 전문학회·의사회 "치매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 우려"
치매 안심병원이 아닌 치매 불안 병원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10일 치매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료계와 전문 의학계·의사회 등의 반대 목소리를 담은 의견서를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16일 공립요양병원 운영·위탁 대상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가 설립한 병원을 포함하고, 치매안심병원 인력기준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를 포함하는 내용의 '치매관리법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했다.
보건복지부의 치매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발표되자 치매환자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대한신경과학회·대한신경외과학회·대한치매학회·대한노인정신의학회·대한재활의학회·대한내과학회 등 주요 학회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한신경과의사회·대한신경외과의사회·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를 비롯해 서울특별시의사회·경기도의사회 등 일선에서 치매환자를 진료하는 의사회와 지역의사회도 치매관리법 개정안의 위험성을 잇따라 경고했다.
전문학회와 의사회는 "치매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현대의학적 전문 치료가 필요한 치매환자에게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한방치료를 받게 할 수 있어, 치매환자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령인 치매 환자의 경우 당뇨·고혈압·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특히 이상행동증상이 동반된 치매환자는 영양 부족·탈수·넘어짐·골절·외상성 뇌출혈·욕창·폐렴·요로감염·위장관 출혈·뇌졸중·뇌전증 등의 심각한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다"면서 "반드시 만성질환과 각종 부작용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현대의학 전문가의 세심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 치매 환자들이 의학과 한의학 치료를 병행하거나 중복으로 치료를 받을 경우 약물 상호작용 등 예기치 못한 결과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짚었다.
치매 전문학회와 의사회는 "치매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한의학적 방법이 충분한 효과와 안전을 확보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치매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료계는 "한방신경정신과 한의사를 치매안심병원 필수 인력으로 편입시킬 경우 요양병원 내 진료 적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단순한 인력 충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의사 1인당 돌봐야 하는 환자가 오히려 늘어나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10일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를 방문, 의협을 비롯해 치매 전문학회와 의사회의 반대 의견서를 전달한 이상헌 의협 정책이사는 "치매 환자들이 의학적으로 타당한 치료를 통하여 건강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가 의료계의 의견을 면밀하게 검토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