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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편취한 한의사들 2심서도 실형
암 환자 편취한 한의사들 2심서도 실형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1.04.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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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약으로 암 완치" '거짓 광고'…절박한 암환자 상대로 거액 편취
2심 법원 "검증 안된 한방치료로 사망했음에도 사과하지 않은 채 책임 회피"
항소심 재판부 "혈맥약침술 한방의료행위 아냐" 판단...대법원 최종 판결 주목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의협신문

암 환자들에게 특수 약으로 암을 완치할 수 있다고 속여 수억원대를 편취하고, 면허가 취소됐음에도 환자를 치료하다 사망케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들에게 1심 법원에 이어 2심 법원도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월 4일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부정의료업자) 및 사기,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은 A한의사에게 1심 법원과 같은 징역 4년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은 B한의사에게는 1심 법원 판결(징역 3년에 벌금 700만원)을 파기하고, 징역 2년에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A한의사의 증거 위조를 도와준 혐의로 기소된 C한의사는 1심 법원 판결(징역 6월)을 파기하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한의사 특수 약 완치 사건의 발단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한의사는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부정의료업자) 등으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2012년 12월 20일 자로 한의사 면허가 취소됐다.

A한의사는 2012년 3월∼2015년 6월까지 면허가 취소됐음에도 B한의사가 운영하는 K한의원에서 연구원장이라는 직함으로 환자를 진료했다.

B한의사는 A한의사가 면허가 취소된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 치료를 받다 사망한 환자의 보호자에게 특효약을 개발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A한의사 등은 2013년 11월∼2015년 2월까지 K한의원에서 암 환자를 대상으로 "암세포를 없앨 수 있는 효능을 가진 약을 개발했다"고 홍보하며 환자들에게 수억원대의 치료비를 받았다.

B한의사는 2013년 10월경 K한의원 인터넷 홈페이지에 '25년간 암에 대한 연구의 결실로서 만들어진 약이 Y입니다'라는 제목하에 'K한의원에서는 실제로 재발이 없이 암의 사이즈를 줄이는데 효과를 보이는 한약들을 연구해 왔습니다. 그 결과, 뚜렷하고 특정 약재들에서 강력한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효능이 발굴됐고, 그렇게 만들어진 약이 Y입니다'라는 내용을 광고했다.

2015년 1월경에는 '한방치료로 암 극복, 생명 연장 넘어 완치가 목표'라는 제목하에 '암세포의 성장을 막아 인체 전방의 균형 바로잡는 치료법, 산삼원료로 만든 AA개발, 화학 항암제 부작용 줄이고, 면역력 키워 환자 체질에 맞게 제조되는 특수처방'이라는  내용을 홍보하기도 했다.

B한의사는 홈페이지의 말기 암치료 광고를 보고 찾아온 D씨(암 환자 부친)에게 "전에는 소변으로 고름을 뺐는데, 지금은 대변으로 덩어리가 나오게 하는 기법을 쓰고 있다. 그게 최근에 도입이 됐는데, 그 약에 대해서는 연구원장(A한의사)이 따로 상담하니 연구원장에게 상담을 받아 보라"고 소개했다.

A한의사는 D씨에게 "2년 전에 개발한 특수 약을 쓰면 고름 덩어리를 대변으로 뽑아낼 수 있다. 현대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으니 환자를 데려오면 특수 약을 써서 90% 이상 완치시킬 수 있다. 3개월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비용은 한 달에 5000만원이다"라며 한방 암치료를 권유했다.

경찰 수사 및 검찰 조사 결과, A한의사는 한의사 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환자를 진료했으며, 암 치료가 가능한 특수 약을 개발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한의사가 처방한 특수 약에서는 독성 물질이 검출됐으며, 암 세포를 없앨 수 있는 효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A한의사가 암독을 푼다며 환자에게 사용한 온열기는 암세포를 파괴하기 위해 의료계에서 사용하는 고주파 온열암 치료 장비가 아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원적외선 전기온열기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한의사들은 특수 약으로 암을 완치한다며 암 환자들에게 치료비 명목으로 총 1억 4600만원을 받았다. A한의사는 단독으로 피해자 3명에게 99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 한의사들을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부정의료업자) 및 사기,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 과정에서 A한의사와 B한의사는 "치료비를 편취하지 않았고, 부정의료행위를 하지 않았으며, 거짓이나 과장된 내용의 의료광고를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한의사와 B한의사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C한의사에 대해서도 "A한의사의 교사를 부인하는 등 반성하지 않았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A, B, C 한의사는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의 판단에는 문제가 없다며 A, B, C한의사 모두 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여러 환자 중 F환자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A한의사와 B한의사의 F환자에 대한 사기죄 성립은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A한의사에 대해 "더 이상의 항암치료도 효과가 없을 정도로 절망적인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한의학에 희망을 걸어 보려는 말기암 환자와 가족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마치 자신이 그들을 완치할 수 있을 것처럼 거짓말해 폭리를 취했다"면서 "검증되지 않은 한방치료를 시행해 오히려 환자들이 금방 사망해 버렸음에도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은 채 책임을 회피하는 등 죄질이 극도로 불량하고, 대부분의 치료행위는 한의사 면허조차 없는 상태에서 시행된 것이어서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특히 "A한의사는 자신의 무면허 한방의료행위 범행을 은폐하고자 후배 한의사를 통한 증거 위조 교사행위까지 나아갔고, 의료법 위반 등 동종의 범행으로 처벌된 전력이 많을뿐만 아니라 한의사 면허 취소 전력까지 있음에도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은 채 의료업을 행하는 의료법 위반 범죄를 다시 저질렀다"며 "A한의사는 의료인으로서의 준법의식도 없다"고 지적했다.

B한의사에 대해서는 "효능이 명백하게 입증되지 않았고, 심지어 해롭게 작용할 수도 있는 한약과 한방치료법을 마치 말기암 완치에 효능이 있는 것처럼 널리 광고했다"면서 "권위 있는 기관의 로고를 임의로 도용해 분석자료를 제시함으로써 마치 위 효능이 객관적으로 증명된 것처럼 일반인을 현혹시켰으며, 나아가 사망한 환자의 가족들에게는 마치 자신과 A한의사의 한방치료를 받으면 암이 완치될 것처럼 얘기하고 치료비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편취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모든 행위는 암 환자와 그 가족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자 한 것으로 죄질이 불량하고, 한방치료를 받고 증상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환자가 금방 사망해 결과의 불법성도 매우 크다"고 유죄를 선고했다.

한편, 항소심 재판부는 A, B한의사가 환자에게 시술한 혈맥약침술에 대해 "한의사의 면허범위 내에 속하는 한방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판결에 대해 C한의사는 상고를 포기했다. 하지만 A, B한의사는 대법원에 상고, 최종 판결을 받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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