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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괴물 '전동 킥보드'
편리한 괴물 '전동 킥보드'
  • 여한솔 전공의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R3)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4.0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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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한솔 전공의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R3)

"27세 환자, 주취 상태로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다가 방지턱에 걸려 넘어지며 두부, 안면부 수상하여 내원" 하루 2∼3건 정도 꾸준히 발생하는 응급실의 킥보드 사고 병력기록의 일례이다.

2020년 5월 국회는 전동 킥보드를 자전거와 동일하게 취급해 13세 이상부터 운전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사고가 늘어나고 여론이 악화되자 뒤늦게 12월 다시 법을 개정해 운전면허가 없는 사람이나 만 16세 미만 청소년은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4월부터 적용되기에 그동안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수많은 사고를 응급실 현장에서 목격해왔다.

최근 길거리를 걷다 보면 효율성과 편리성을 내세워 개인용 이동수단으로 급부상한 전동킥보드가 눈에 띄게 늘어나 있다. 운전 중에도 차도로 갑자기 돌진하거나 코너에서 갑자기 돌진하는 킥보드를 쉽게 마주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운송수단이겠지만, 응급실에서 환자들을 마주하는 나에게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전동킥보드가 편리함을 넘어선 위험한 괴물 같아 평생에 운전대를 잡지 않기로 했고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응급실 현장에서의 킥보드 사고는 하루 평균 2건 정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주로 늦은 밤이나 새벽 주취 상태의 젊은 청년들이 안전모를 미착용한 채로 사고를 당해 내원한다.  환자들은 안전장치 없이 그대로 땅바닥에 수상하기 때문에 안면 열상, 치아를 포함한 뼈의 골절, 심한 경우 두개골절 및 뇌출혈까지 다양한 질병을 진단받는다. 전동킥보드 자체가 가속하긴 쉬우나 급제동은 어려운데 더군다나 주취 상태의 판단력이 흐려진 사람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전동킥보드는 차도에서만 주행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는 인도, 횡단보도 주변, 대중교통 승강장 10m 이내 구역, 자전거 도로 및 계단 등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구역은 전동 킥보드를 주차하지 못하는 구간으로 정했으나, 실제로 이 규정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도로 환경과 전동킥보드의 주행 여건을 고려했을 때에 안전의식은 턱없이 부족하다.

예방할 수 있는 사고임에도 응급실로 내원하는 환자들을 현장에서 마주한다. 편리함이라는 눈속임, 창조 공유 경제라는 명제로 위험으로 내모는 입법기관을 보면 참 안타깝다. 정치라는 것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인데, 그 무엇도 생명과 안전을 쉽게 담보로 전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전동킥보드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타는 사람은 많아졌는데 안전의식은 아직도 부족하다. 유용한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에, 단순히 편리함만을 앞세우지 말고, 개인과 기관 모두 높은 수준의 안전함을 확보하는 주행습관을 향상하려는 노력을 겸해야겠다.

편리한 킥보드여야지, 당신의 건강을 위험으로 내모는 괴물이 되진 않아야 하지 않겠는가.

■ 칼럼이나 기고 내용은 <의협신문>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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