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감호소를 관리·감독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치료감호는 사람이 심신장애 등에 처한 상황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형벌을 집행하는 대신 적절한 보호와 치료로 재범을 방지하고자 하는 처분이다. 심신장애인은 15년, 약물ㆍ알코올 중독자는 2년, 정신성적 장애인은 15년까지 수용될 수 있다.
이러한 치료감호 환자들을 수용하는 곳은 치료감호소이며, 우리나라의 치료감호소는 1987년 충남 공주에 설치된 국립법무병원과 국립부곡병원 내 1개 병동이 전부다.
2018년 국정감사 때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치료감호소의 병상 수는 970개 병상이지만, 환자 수는 2011년부터 매년 정원을 넘었으며, 2018년 기준으로 1043명이 입원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수 기준으로 총 18명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필요했지만 당시 현원은 13명에 불과했으며, 정신건강전문요원도 10명에 불과해 필요한 수(11명)에 미치지 못했다.
거두절미하고 이는 명백한 의료법과 정신건강복지법 위반이다.
의료법 제36조에서는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기관·요양병원 운영 기준에 관한 사항을 지켜야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의료법 시행규칙 제35조의2에서는 입원실 정원을 초과해 환자를 입원시키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정신건강복지법 제19조에서는 시설·장비의 기준과 의료인 등 종사자 수·자격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보건복지부령으로 따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동법 시행규칙 제11조에서는 정신과전문의·간호사·정신건강전문요원 수를 규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기관이 의료법 제36조를 위반하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영업을 정지시키거나 개설 허가의 취소 또는 폐쇄를 명할 수 있다. 정신건강복지법 제12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신건강증진사업등의 추진 등)에 따라 제19조의 위반도 시정명령 대상이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치료감호소는 2011년부터 시정명령의 대상이었고(한 번도 내려진 적 없지만), 줄곧 시정된 적이 없었으므로 법에 따르면 영업이 정지되거나 개설 허가가 취소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현행법 상 치료감호소는 보건복지부가 아닌 법무부 산하 기관으로 법무부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이유로 보건복지부는 치료감호소 관리에 소극적이다. 효율적이고 환자에게 안전한 병원 운영을 위해 만들어진, 그리고 다른 병원들은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기준이 명명백백하게 존재하지만 단지 관리 주체가 보건복지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치료감호소는 사각 지대 아닌 사각 지대에 놓여있다. 마치 치료감호소에 수용되어 있는 환자들처럼.
정신건강복지법상 1인당 입원실 권고 면적은 6.3㎡이지만, 당시 계산에 따르면 치료감호소는 3.4㎡에 그쳤다. 채 1평에 불과한 공간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이후 감염 예방을 위해 기존 병상들의 경우에도 2018년 12월 31일까지 병상 간격을 1.5m로 조정하는 의료법 시행규칙이 시행되었다.
치료감호소의 병상 간격은 과연 1.5m를 준수했을지, 그리고 그걸 누가 알아볼 것인지, 지켜지지 않았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시정해 줄 것인지 몹시 의문이다. 우리는 이미 올해 초에 교도소에서의 코로나 유행으로 몸살을 앓았다. 치료감호소의 10년 째 과밀화된 환경이 새로운 코로나 대유행의 근원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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