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희 원장 (서울 마포구· 연세비앤에이의원)
20년 전 나는,
메스날을 든 외과의가 되려했습니다.
날카로운 칼날을 보면 가슴이 뛰고 눈빛이 달라지는 내가 자랑스럽습니다.
푸른 소독포에 반사된 수술실 조명은 나의 스포트라이트입니다.
큰 병원에 소속된 가운은 마치 나를 높게 세운 양 기세등등합니다.
2021년 나는,
손때 묻은 익숙한 청진기에
볼펜을 쥐고 아픈 이의 하루를 듣습니다.
그의 아픈 곳을 만지고
그의 몸가짐과 걸음을 눈여겨봅니다.
가운에는 젊은 시절 나의 얼굴을 담은 명찰이 십 오년 째 달려있습니다.
그럼에도 나의 눈은 아픈 이의 눈을 보며 빛납니다.
나의 가슴은 모든 환자와 함께 뜁니다.
수술방의 조명 빛 같은 창밖의 푸른 하늘이
진료실 창을 물들입니다.
나는 여전히 푸르게 빛나는 동네 병원 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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