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빛

푸른 빛

  • 전진희 원장 (서울 마포구· 연세비앤에이의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4.12 06: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진희 원장 (서울 마포구· 연세비앤에이의원)

photo by 전진희ⓒ의협신문
photo by 전진희ⓒ의협신문

20년 전 나는,
메스날을 든 외과의가 되려했습니다.
날카로운 칼날을 보면 가슴이 뛰고 눈빛이 달라지는 내가 자랑스럽습니다.
푸른 소독포에 반사된 수술실 조명은 나의 스포트라이트입니다.
큰 병원에 소속된 가운은 마치 나를 높게 세운 양 기세등등합니다.

2021년 나는,
손때 묻은 익숙한 청진기에 
볼펜을 쥐고 아픈 이의 하루를 듣습니다.
그의 아픈 곳을 만지고
그의 몸가짐과 걸음을 눈여겨봅니다.
가운에는 젊은 시절 나의 얼굴을 담은 명찰이 십 오년 째  달려있습니다.

그럼에도 나의 눈은 아픈 이의 눈을 보며 빛납니다.
나의 가슴은 모든 환자와 함께 뜁니다.

수술방의 조명 빛 같은 창밖의 푸른 하늘이
진료실 창을 물들입니다.

나는 여전히 푸르게 빛나는 동네 병원 의사입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