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8월 18일 자료 공개…올해 말, 환자 의료 이용 실태조사"
미용 목적 비급여 가격 공개도 임박?…'피부과·성형외과' 긴장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에 따라, 자료를 제출한 의료기관은 현재까지 단 3%다"
-장인숙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전략실장
정부의 비급여 관리 강화 정책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최근까지 비급여 자료 제출 의료기관이 단 3%에 불과하다는 집계가 나왔다. 제출 기한은 7월까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보건복지부가 2020년 발표한 '건강보험 비급여 관리 강화 종합대책'의 후속 조치로, 비급여 관리 강화 종합 대책 실행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단체들이 일제히 비급여 관리 강화 정책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마찰이 예상된다.
김선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4일 보건의약 전문기자 간담회에서 '건강보험 비급여 관리 강화'를 가장 중요한 보장성 강화 후속대책으로 꼽았다.
김선민 심평원장은 "정부의 '급여 확대' 정책 결과, 4대 중증질환 보장률이 82.7%에 달한 반면, 의원급 보장률은 50% 후반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하며 "의원급에서의 비급여 진료에 대한 환자의 알 권리나 선택권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간담회를 진행한 날은 4일 오전 11시. 같은 시각,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는 용산전자랜드 랜드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정책 추진을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김선민 심평원장은 의료인 단체의 공동 기자회견을 의식한 듯 "오늘 의료계가 큰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안다"고 운을 떼며 "의료계의 입장을 살펴보니, 비급여 가격 정보 외 모든 정보를 제출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부분은 아직 논의 중이고, 결론이 짓지 않은 부분이다. 심평원에서 하고 있는 일과는 맥이 다르다고 본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서 "비급여 진료비용 전면적 신고 의무화는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인 진료정보를 완전히 노출시키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에 반박한 것이다.
행정부담과 '가격 줄 세우기' 부작용에 대한 의료인 단체의 우려에 대해서도 "의원급의 경우, 행정력이 충분하지 않다. 자료 제출을 요청할 때 항상 어려움을 호소한다.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가격만 보고 선택할 것이라는 우려 또한 큰 것 같다"며 일정 부분 공감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가격공개를 진행한 경험에 따르면, 환자들은 가격을 정보로만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환자단체 등 환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비급여 가격에 대한 정보를 원하고 있다. 진료비 예측에 대한 수요가 상당하다"며 "이런 부분에서 비급여 가격 공개는 의료기관 간 경쟁을 부추긴다기보다 알 권리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법이 통과된 이유 역시 이러한 요구가 표출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제도 수정 등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의료계의 협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인숙 심평원 급여전략실장은 "비급여 진료비용 신고 의무화 대상 의료기관은 총 6만 5000여 곳이다. 이 중, 현재까지 자료를 제출한 의료기관은 단 3%"라고 밝혔다.
자료 제출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서는 "3개 단체(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에서 (회원들에게)문자를 보내 조금씩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최근 의료인 단체는 일선 회원들에게 의정간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지침을 정할 때까지, 진료비용 자료 제출을 유보해 달라는 안내 문자를 보냈다. 이러한 움직임이 비급여 자료 제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심평원은 당초 4월 27일부터 10주간 자료 제출 기한을 정했지만 최근 7월까지 연장했다. 비급여 자료를 취합, 8월 18일 공개할 예정이다.
가격 줄 세우기, 가격 공개 외 '특이사항' 통해 보완?
장인숙 급여전략실장은 행정 부담이 늘어난다는 의료계의 지적에 대해 "자료제출 대체나 검색 기능 등 시스템적으로 보완했다. 또한 이번에 입력해야 하는 항목은 의료기관당 12개 정도"라며 "시범사업 때, 직접 해보니 40분 정도 소요됐다. 1년에 40분 정도면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격 줄 세우기'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현재, 가격공개 외 '특이사항' 항목이 있다. 여기에 의료기관에서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친 요소를 제출하면, 함께 공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수치료의 경우 더 많은 의료인을 투입한다든지, 시간을 더 많이 한다든지, 재료나 장비가 더 비싸다든지 하는 부분에 대해 자료를 제출하면 함께 제공하고 있다"며 보완책을 설명했다.
"실제 환자들이 가격만을 가지고, 의료기관을 이용하는가에 대해 환자 의료이용 실태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시기는 올해 말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료계는 '특이사항' 항목이 '가격 줄 세우기' 부작용을 줄일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자들이 '가격 정보'를 보다 매력적으로 받아들일 확률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는 심평원이 '가격 줄 세우기' 부작용에 대한 추가 보완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용 목적 비급여 가격도 '곧' 공개…'피부과·성형외과' 긴장
이날 심평원은 질병 치료 목적 외 미용 목적의 비급여 가격 공개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선민 심평원장은 "미용 목적의 비급여 가격 역시, 많은 환자가 상당히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더 급한 것은 질병 치료를 위한 비급여 부분이다. 우선순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선' 질병 치료에 대한 부분을 먼저 공개하되, '미용 목적'의 비급여 가격 역시 환자의 수요가 높다는 점을 들어 공개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장인숙 급여전략실장 역시 "미용 관련 (비급여 가격) 공개 역시 많아질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특히 라식, 라섹, 다초점렌즈, 탈모 이식이라든지 예방접종 등에 대해서는 항목 전체를 공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